미세먼지에서 벗어날 그날이 오면
미세먼지에서 벗어날 그날이 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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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과 비교해 강산은 그대로인데 미세먼지로 인해 시계가 짧아진 날들이 많아졌다.

어릴 적에는 황사가 심하고 송홧가루가 날리던 날이 꽤 있었다. 요즘은 미세먼지라는 단어가 친숙하다. 가끔은 황사가 심했던 예전의 희뿌연 날들과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의 희뿌연 날들을 통계처리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유동하는 입자의 크기를 기준으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구분한다. 그런데 크기를 나타내는 2.5와 10이라는 숫자 앞에 있는 PM(Particulate Matter)은 자동차 배출가스를 연구하는 집단에서 즐겨 쓰며, ‘입자상물질’이라고 충실히 번역되어 사용된다.

아직도 이산화탄소 감축안은 200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전세계적 지구온난화 또는 온실효과의 효과적인 억제 대책이다. 그런 환경규제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을 살펴보자. 디젤차는 가솔린차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우리나라에서 한동안 친환경차로 대접받았다. 다만 미연소 연료 찌꺼기 PM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겨나 PM을 포집하여 한 번 더 태워주는 디젤분진필터를 장착하기에 이른다. 분진(粉塵)이라는 단어에는 ‘쌀가루처럼 빻아서 만든다’는 의미와 ‘조그마한 흙 또는 잔 부스러기나 찌꺼기’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사실 미연소 연료 찌꺼기라고 설명한 PM에는 이 찌꺼기 외에도 엔진 마모에 따른 윤활유 찌꺼기들이 엔진 내부의 폭발 공정에서 산화된 금속산화물과 섞여 있다. 이러한 금속산화물은 가솔린차에서도 발견되고, 디젤엔진의 장점을 모방한 가솔린 직분사(GDi) 엔진에서도 나온다. 이처럼 PM에는 더 탈 수 있는 여지를 가진 연료 찌꺼기와 이미 타버린 상태여서 포집 후 매립할 수밖에 없는 금속산화물이 혼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PM의 포집 이후에 완전히 태워버려야 하는 미연소 연료 찌꺼기와 포집된 상태로 매립시켜야 하는 금속산화물을 별도로 처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전문용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한글의 제한으로 오역이 생길 수는 있다. 만약 그렇다면 연구자들이 학술대회나 논문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입자상 물질로 잘 번역되어 쓰고 있던 PM이 어쩌다가 미세먼지로 둔갑하게 되었는지. 또 그에 따른 일련의 미세먼지 대책들이 나오게 되었는지 무척 궁금하다. 연구자들의 자문을 통하여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법조항을 만들었을 국회의원이나 행정관료들의 고충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잘못된 용어의 사용으로 인한 부적절한 대응책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세금의 낭비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의 미세먼지 대책은 단지 “미세먼지가 얼마나 많은가?”를 알려주고 “마스크나 공기청정기를 구입해서 알아서 피하라”고만 하는 것 같다. 효과의 유무를 떠나 미세먼지의 폐해로부터 안전하다는 안도감이라도 주면 좋으련만 실상은 어떠한가. 꽃가루와 황사 날리던 봄날에 비하여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숫자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미세먼지 용어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하여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집 밖으로의 외출을 꺼린다면, 초여름에 경기가 얼어붙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리라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일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살면서 늘 마주치게 되는 문제다. 또한 잘못된 인식과 그에 따른 문제의 해결책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임이 틀림없다. 가정, 학교, 직장, 그리고 사회에서 건강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 몫을 다하기까지는 냉철한 고민과 용감한 실천이 필요하다.

공영민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산업대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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