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선 귀순’은폐 논란
‘목선 귀순’은폐 논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2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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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6·25전쟁일이었다.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의미 있는 날이라지만 끝이 안 보이는 평화무드에 고취된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이런 대북 유화 분위기 속에 구멍 뚫린 안보가 논란 중이라 아쉽다.

국방부가 발행하는 ‘국방일보’의 지난 17일자 1면 머리기사는 필자의 눈을 의심케 했다. ‘남북 평화 지키는 것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가 큰 제목이었다. 기사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의 스웨덴 연설이었다. 문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이제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그러나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이 군사력이 아닌 대화로 국방을 한다고 내세우는 것을 보니 나라 전체가 무슨 ‘코미디’판이라도 벌이는 것 같다. 이에 반해 북한의 김정은은 미사일 발사 실험을 참관한 뒤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평화와 안전이 보장된다”고 했다.

지난 15일 삼척항에 들어온 북 어선을 둘러싼 희극 같은 일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북한인 귀순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귀순병이 우리 초소를 노크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는 ‘노크 귀순’도 있었다. 발표 과정도 흡사하다. 그러나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는 군의 실상과 이 사건이 겹치니 지금 국방이 존재하느냐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군은 15일 “떠내려 왔다”고 했었다. 표류라는 것이다. 그러나 18일에는 “4명 중 2명은 처음부터 귀순 의도를 갖고 출발했다고 진술했다”고 말을 바꿨다. 북 어선은 14일 밤 엔진을 끄고 삼척 인근 먼 바다에 숨어 있다가 15일 일출이 시작되자 삼척항에 접근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떠밀려온 ‘표류’가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내려온 ‘귀순’이었다. 북은 해상 귀순자가 발생하면 ‘납치’라고 생떼를 쓴 전례가 있다. 정권이 북과 ‘대화 쇼’에 매달리자 국방부도 그 눈치를 보고 ‘귀순’을 ‘표류’라고 속인 것은 아닌가?

경계가 뚫린 것도 불안한데 정신은 온통 정권의 심기 맞추기에만 맞춰져 있고 어설픈 거짓말까지 한다. 경계 실패에 귀순 과정까지 축소·은폐한 것이다. 지금 군은 나라를 지키는 힘인가, 진급시켜 주는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집단인가 의문이다.

북한 목선의 ‘해상 노크 귀순’에 대해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청와대와 군 당국이 처음부터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민에게 사실과 동떨어진 설명을 했던 게 몰라서 그랬던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지난 15일 이른 아침 북한 목선이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직후 해경은 물론 경찰도 이와 같은 사실을 모두 보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당일 오전 보고를 바탕으로 합참 지하벙커에서 대책회의를 가졌던 사실도 확인됐다. 군 최고 수뇌부가 사건 당일 군 경계망이 완전히 뚫린 사실과 북한 배가 ‘표류’가 아니라 ‘귀순’해 왔다는 사실을 명백히 인식했기에 그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을 것이다.

북 귀순자들이 조각배를 타고 800㎞를 내려온 것은 목숨을 건 탈출이다. 청와대 수석은 “만일 (북 주민) 4명이 다 귀순 의사를 갖고 넘어왔다면 그것이 보도됨으로써 남북 관계가 굉장히 경색됐을 것”이라고 했다. 사람답게 살겠다고 사선(死線)을 넘은 헌법상의 우리 국민을 ‘남북 쇼’를 방해하는 골칫거리인 양 취급한 것이다. 이러니 내려온 4명 중 2명을 두어 시간 조사하고 서둘러 북으로 돌려보냈을 것이다.

정치 물이 잘못 든 우리 안보와 대북 경계체계가 이름뿐인 ‘허울’이며 말단까지 허물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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