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노사, 대화·타협의 지혜 찾을 때
현대중공업노사, 대화·타협의 지혜 찾을 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2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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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사태가 난마처럼 꼬여만 가는 모양새다. 혹자는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찮아 보인다고 우려한다. 노사가 ‘상생(相生)’의 길을 찾기보다 ‘적대(敵對)’의 길로 빠져드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회사가 한동안 감춰두었던 비장의 무기 즉 ‘인사조치’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은, 그것이 압박용이든 회유용이든, 와 닿는 느낌은 별로 좋지 않다. ‘인사태풍’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 노사에 필요한 것은 ‘솔로몬의 지혜’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법인분할 주총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노조원 징계 중단’을 요구하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24일에도 3시간짜리 부분파업을 강행했다. 25일에는 3시간 부분파업을, 26일에는 4시간 부분파업 후 전국노동자대회 개최를 벼르면서 강경대응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노조는 이른바 ‘날치기 주총’ 직후인 지난 17일, 조합원과 일반주주 694명의 이름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분할 무효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고, 그 분노의 감정은 아직도 식지 않은 상태다.

그러자 회사도 맞불대응으로 태도를 바꾸었다. 회사는 지난달 16일부터 시작된 노조의 파업이 쟁의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파업이라 주장하면서 그 책임을 ‘불법·폭력 행위자들’에게 돌리고 있다. 급기야 지난 12일에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5·31 파업 당시 관리자에게 폭력을 휘두른 조합원 1명과 파업에 불참한 동료를 때린 조합원 2명에 대해 ‘해고’ 결정을 내렸다. 회사는 그 후에도 조합원 330여명에게 인사위원회 출석을 통보해둔 상태다.

명분이야 어떻든 현대중공업 노사가 진심으로 찾고 있는 것은 ‘같이 죽자’는 공멸(共滅)의 논리가 아닐 것이다. 더더욱 ‘너 죽고 나 살자’는 독존(獨存)의 논리도 아닐 것이다. 결국 궁극의 목표는 ‘상생의 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양상대로 흘러가다가는 결국은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고 깊다. 거대자본과 거대노동의 대결에서 남는 것은 ‘상처뿐인 영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대화와 타협의 문은 어딘가 열려 있기 마련이다. 극한대치 속에서 공전만 거듭할 것 같았던 국회가 실로 80일 만인 24일을 기점으로 정상화의 길을 되찾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거듭 말하건대,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솔로몬의 지혜’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의 지혜’일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외부의 큰 목소리’에만 귀 기울이려고만 하지 말고 때로는 ‘내부의 적’과도 동침할 줄 아는 ‘통 큰 여유’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회사도 ‘실정법대로’가 아니라 ‘포용법대로’ 난마처럼 꼬인 매듭을 한 가닥씩 풀어나가는 ‘고단수의 해법’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공멸(共滅)이 아닌, 상생(相生)의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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