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파수꾼]안전문화 정착, 그 마지막 퍼즐은?
[안전 파수꾼]안전문화 정착, 그 마지막 퍼즐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2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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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두목설(竹頭木屑)’이라는 고사가 있다. 중국 동진(東晉) 시기의 도간이라는 청렴한 관리 이야기다. 죽두목설이란 ‘대나무밑동과 나무톱밥’이란 뜻으로, 쓸모없고 하찮게 여기는 것들을 일컫는다. 그러나 도간은 이 쓸모없는 것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잘 일깨워준다. 즉, 사소한 문제를 소홀히 하고 방치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뜻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울산은 국가산업단지와 관련된 협력업체들이 밀집해 있어 안전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아울러 대기업을 중심으로 체계적 사고예방 활동과 투자 증대를 지속하여 많은 발전도 있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사각지대와 생활주변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 그 한계도 실감하게 된다. 중소기업은 여전히 안전사고에 취약하다. 생존 자체가 최우선인 중소기업은 안전에 대한 투자 증대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예측이 힘들 뿐 아니라 규제 강화와 투자 증대만으로는 근원적인 사고예방에 한계가 있다. 사회전반의 안전에 대한 행동양식이 체질화되어 바람직한 안전문화로 정착되어야만 가능하다.

세상만사가 하루아침에 뚝딱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안전문화 정착은 시간과 인내를 동반한 일관된 실천만이 정답이다. 다행히 최근 사회전반으로 많은 노력과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안전문화 확산 및 중소기업의 안전지원 활동 활성화, 모기업과 협력업체의 상생협력 등 고무적인 일들도 활발하다. 바야흐로 바람직한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많은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고 있다. 이제 선진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무엇인지 다 같이 나서야 한다. 답은 바로 나 자신 즉 우리 각자의 안전수준 향상이다. 통계에 의하면 안전사고의 8할 이상이 개인의 사소한 부주의에 기인하고 공장이나 시스템의 운용 주체도 사람이니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할 지는 자명하다. 개인의 행동 및 자세가 바뀌어 습관화가 되고 사회전반으로 확산되면 비로소 안전문화로 뿌리내리게 된다.

이제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스스로의 안전수준 향상을 위한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규칙과 법규의 철저한 준수 및 사회규범의 확립이다. 물론 각 개인의 자발적인 노력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필수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사소한 반칙행위에 무척 관대하다. 반드시 지켜야할 규범이 무너지는데 안전문화가 정착될 리 없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말처럼 사소한 반칙행위가 일상화되면 바람직스럽지 않은 관행으로 굳어진다. 당연한 듯 활개 치는 오토바이의 무질서를 보면 금방 수긍이 갈 것이다. 사소한 반칙행위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는 반드시 뿌리뽑아야할 악습이며 우리 스스로 지켜야할 의무다.

둘째, 성숙한 매너와 배려의 자세다. 배려와 기본적 매너 없이 성숙한 문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교통사고 원인 중 많은 부분은 나쁜 운전습관 때문이고 이는 상대에 대한 배려 부족과 기본매너 결여가 주원인이다. 우리는 안전이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면서 타인과 주변에 대한 의무임을 직시해야 한다. 죽두목설의 고사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자.

마지막으로, 적극적 소통을 통한 행동양식의 변화다. 우리는 살면서 사소한 반칙과 위반을 몇 번씩은 해보았을 터. 문제는 그 행위에 대한 깨우침이 없이 반복하는 데 있다. “나 하나쯤이야”, “이번 한 번만은” 하면서 어물쩍 넘기지 말고 각자가 반드시 지켜야할 일들은 의식적으로 지키려 노력하고 주변에도 적극 전파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어우러져 안전문화로 발전한다. 선진국에서 자동차가 횡단보도 우선멈춤을 철저히 지키는 것은 주변사람들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무관심은 불통(不通)의 전형적 현상이다.

안전문화 정착은 비단 안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에 있어서는 생존과 영속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이고, 국가나 사회의 번영과 행복을 위한 필수요소다. 바로 성숙한 문화로 정착되어야 가능한 일이고 그 마지막 퍼즐이 우리 각자의 안전의식 선진화다.

고경수 울산시 산업안전 전문위원, 前 롯데비피화학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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