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품 ‘낙타형 토기’어디에 쓰던 물건인고?
부장품 ‘낙타형 토기’어디에 쓰던 물건인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2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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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현동의 아라가야 고분 발굴현장에서 낙타 모양의 부장품이 출토됐다는 기사를 접했다.(2019.6.4.정책브리핑) 이번 발굴에서는 ‘낙타’ 모양 토기 외에 ‘배’ 모양 토기도 함께 발굴됐다고 한다. 특히 배 모양 토기는 지금의 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고 한다. 한 장소에서 낙타 모양, 배 모양 부장품이 같이 출토된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학자들은 낙타 모양 토기와 배 모양 토기가 어떤 용도로 쓰였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것 같다. 잠정적 합의로 이어진 낙타 모양 토기에 대한 첫 번째 가설은, 낙타가 우리 역사에 처음 등장한 고려 초 942년과 연결 지었다는 점이다. 거란으로부터 낙타 50마리를 선물 받은 태조 왕건이 거란을 못마땅하게 여겨 낙타를 다리 밑에 묶어두고 굶어죽게 했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가설은, 낙타 모양 토기를 두고 중국이나 일본 등지를 오가며 해상무역을 하던 아라가야 인들이 실제 낙타를 보고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배 모양 토기의 경우 <삼국지 위지 동이전> 기록을 근거로, 가야 지역에서 생산된 철을 중국의 낙랑군과 대방군, 일본 등지로 실어 날랐던 교역선 모형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양하석 삼한문화재연구원 부원장은 인터뷰에서 배 모양 토기에 대해 “중동이라든지 인도 이런 곳까지도 교역했을 가능성을 우리가 엿볼 수 있는 유물“이라고 판단했다.”(KBS 2019.6.6.)

그동안 무덤의 부장품은 오리 모양 토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발굴에서 낙타, 배 두 가지 모양의 토기가 출토된 것은 다양성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만 접근방법이 다양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무덤에서 출토된 부장품의 경우 낙타가 맞는지, 오리가 맞는지 미심쩍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낙타, 배, 오리 모양의 토기가 지닌 공통점과 부장의 의미를 동시에 음미하는 것이 옳은 접근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즉, 죽음과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훨씬 좋았다는 얘기다. 장례문화학(=생사문화) 전공자인 필자로서는 관심이 많은 분야였고 그런 관심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에 출토된 낙타와 배 모양 부장품이 품고 있는 의미에 대해 불교 천도재 의식 중 병법(秉法) 사문(沙門)의 경험자로서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다. 죽음문화에서 저승으로 가려면 반드시 건너야할 강(江)이 있다. 이 강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삼도천’이라고도 하고, ‘망각의 강’이라고도 부른다. 유사한 강도 의미는 같다. ‘눈물의 강’, ‘이별의 강’, ‘안개의 강’으로 부르기도 한다.

무덤에서 출토되는 부장품은 죽음과 삶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다. 무덤에 넣어두는 부장품은 망자가 살았을 때 쓰던 생활용품일 수도 있고, 망자가 지녔던 어떤 목적을 이루도록 산자가 의미를 부여한 물품일 수도 있다. 이 경우 낙타 모양, 배 모양 토기를 왜 부장품으로 넣었을까를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 출토된 부장품의 대부분은 오리 형 토기였고, 이번처럼 낙타와 배 모양의 부장품은 그리 흔치 않은 경우임에 틀림이 없다. 망자의 부장품인 오리 모양, 배 모양, 낙타 모양 토기의 의미를 알고 싶다면 무속인들이 굿을 할 때 사용하는 용선, 불교 천도작법에서 볼 수 있는 반야용선, 다리를 건너가기 전 의식인 상여의 노제(路祭)를 떠올리면 된다. 그 해답이 쉽게 찾아질 것이다.

몽골 같은 초원지역의 죽음문화에서는 말을 타고 떠나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때로는 마선(馬船) 즉 ‘말배’가 등장하기도 한다. 말배라 해서 일반 배와 유별나게 다른 배는 아니다. 그저 일반적인 배 모양의 뱃머리에 말머리를 장식한 것으로 보면 된다.

장례문화의 관점에서 보면, 부장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리 모양 토기는 강을 건너는 운반수단이다. 일상에서 쉽게 관찰되는 친수적(親水的) 조류 오리는 물위를 빠르고 느리게, 그러면서도 안전하게 다니는 데 착안, 자유자재한 행동태와 연결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출토된 부장품 속의 낙타는 사막에서도 견딜 수 있게 진화된 초식동물로서, 사막의 훌륭한 교통수단이다. 사막을 강에 빗대어 ‘모래의 강’이라고도 한다. 모래의 강을 지나가려면 낙타를 이용하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 낙타는 죽음문화에서 저승으로 가는 안전한 운반수단으로 인식되어 부장품으로 이용된 것이다.

이번 아라가야 고분에서 출토된 낙타 모양과 배 모양 토기는 가야문화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저승 운반도구로 볼 수 있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고 다시 사막을 지나 서역의 극락세계로 가고자한 가야인들의 저승관의 상징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망자의 천도의식에 등장하는 승선(乘船), 기마(騎馬), 조가(鳥駕), 학가(鶴駕), 마선(馬船) 등은 모두 ‘저승으로 안전하게 건너가도록 도와주는 기승물’로 생각하면 십중팔구 정답일 것이다.

김성수 통도사 성보박물관장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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