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집배원 태부족 “과로사 위험 증가”
울산 집배원 태부족 “과로사 위험 증가”
  • 남소희
  • 승인 2019.06.2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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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노조 “경남권 부족인력 170명 중 울산이 24% 차지… 송정지구 등 물류량 늘어”
20일 오전 7시 53분께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어음교에서 굴착기가 6m 아래 하천으로 추락해 운전자인 50대 남성 A씨가 숨졌다.
20일 오후 남구 신정동 한 건물 앞에 정차 중인 우체국 트럭. 우체국 집배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우편물과 택배를 전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울산시 우체국 집배원들의 근로조건이 열악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과로사 위험이 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20일 울산지역을 담당하는 전국우정노동조합 부산지방본부(이하 노조)에 따르면 경남권 우체국 집배원 부족 인력 170명 중 24%인 42명을 울산에 추가 증원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은 울산우체국 21명, 남울산 16명, 동울산 5명 순으로 집배원 인원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런 인력 부족의 이유로 울산의 급격한 도시 성장과 높은 소득수준으로 인한 많은 물류 이동을 꼽았다.

노조 관계자는 “울산지역이 북구 송정지구 등 도시가 급격히 커지면서 세대수가 급증했다. 또 소득수준이 높아 물류 이동이 높은 곳으로 집배원 인력이 가장 부족한 곳”이라며 “노조가 제시하는 기준인원 대비 170명의 인력이 부족한데 이 중 울산지역이 전체 부족 인력의 24%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울산지역 집배원은 310여명이다.

집배원 한 명이 3천~4천 세대를 맡아 1인당 하루평균 1천200건의 우편물을 처리한다. 일반우편물 1천 건~1천200건, 등기 100건~200건(300건), 택배는 40~50건 정도다.

지난해 10월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정책권고안 발표에 따르면 집배원 연간 노동시간은 2천745시간으로,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2016년 기준 2천52시간)보다 693시간, OECD 회원국 평균(2016년 기준 1천763시간)보다 982시간 더 많다.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각각 연간 87일, 123일을 더 일했다.

최근 5년간 집배원 안전사고 중 주요 업무용 운송 수단인 이륜차 사고가 전체 사고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과로로 인한 돌연사도 늘고 있다.

현재까지 울산의 집배원 사망자는 없지만, 올해만 크고 작은 사고로 병가를 낸 집배원은 41명. 지난해 전치 2주 이상 부상으로 공상·상해 판정을 받은 집배원은 21명에 달한다.

이 같은 이유로 울산의 집배원도 과로사 위험에 얼마든지 노출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울산의 집배원 처우개선에도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울산에서만 20여 년 넘게 일한 집배원 A씨는 “집배원은 ‘죽음의 직업’이다. 사고로 병가를 내도 담당구역에 배당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오래 쉬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동료들 간 휴가를 내지 말자는 암묵적인 약속을 한다. 한 명이 쉬면 예비인원이 없어 동료의 구역까지 맡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3일 충남 공주우체국 집배원 이은장씨가 심장마비로 숨진 데 이어 지난 19일 충남 당진우체국에서 일하는 집배원 강모(49)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노총 전국우정노동조합(이하 우정노조)에 따르면 강씨는 생전 특별한 병력이 없었고 지난 3월 건강검진에서도 ‘특이 소견 없음’ 진단을 받아 우정노조는 강씨의 사인을 과로사로 추정하고 있다.

우정노조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집배원 175명이 숨졌다. 지난해만 20여명이 넘게 숨졌고 올 상반기에만 9명이 사망했다. 과로사 102명을 제외하면 28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국에서 집배원들이 과로사 등으로 잇따라 숨지자 우정노조는 우정사업본부에 처우개선을 촉구하면서 오는 24일 조합원 찬반투표와 내달 9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남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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