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 레이더]완벽한 경계를 위한 과제
[민방위 레이더]완벽한 경계를 위한 과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2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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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원도 삼척항에서 발견된 북한 선박 때문에 국민들의 염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 점검·조정 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북한 선박 입항과 관련, 국민들에게 큰 심려를 끼쳐 깊이 사과한다고 했다. 이번 일은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이 말한 것처럼 ‘경계 실패’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는 ‘해상판 노크 귀순’이라고 꼬집는 상황이다.

삼척항에서 발견된 북한 목선은 지난 9일 함경북도 경성 지역에서 출항했다고 한다. 28마력짜리 엔진이 달린 이 선박은, 우리가 흔히 ‘GPS’라고 말하는 위성항법장치도 갖추고 있었다. 군 당국의 분석 결과 지난 12일 오후 9시경 NLL(북방한계선)을 넘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14일 오후 9시경에는 삼척항 동쪽 3.7∼5.5㎞ 해역에 접근한 뒤 다시 엔진을 끈 채 대기했고, 다음날 15일 오전 6시 22분경에는 삼척항 방파제 인근 부두에 아무런 제지도 안 받고 접안했다. 이 선박에는 선장을 포함해 4명이 타고 있었고, 그중 2명은 귀순을 원했으나 나머지 2명은 지난 18일 북한으로 송환되었다.

군 경계태세에 허점이 드러난 것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군이 북한 선박을 확인한 경위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도 잘못되었다. 처음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목선이 해류와 비슷한 속도로 떠내려 왔고, 그래서 파고(=파도 높이) 때문에 식별이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 목선은 표류가 아니었고, 북한 선원이 의도를 갖고 자체 동력으로 삼척항에 접안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지난 19일,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경계작전에 실패가 있다면 책임을 엄중하게 져야 한다고 했다. 현재 군에서도 이번 사건의 정확한 원인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경두 장관도 책임을 져야 하고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책임추궁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다양한 기능을 동원해 문제점과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계시스템을 보강하는 일이다. 국민은 군에 따끔한 질책도 가해야 하지만, 경계 실패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분석의 여유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시간을 되돌려보면, 2012년 10월에도 강원도 동부전선에서 북한군 병사의 ‘노크 귀순’ 사건이 있었다. 이때도 군은 처음 CCTV로 귀순자를 확인했다고 잘못 발표한 바 있다. 공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책임추궁이나 징계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승진, 발전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주객이 전도되는 일만은 절대 없어야 한다. 사안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해도 원인을 명확히 분석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북한 선박이 삼척항 가까이 접근할 때 해상에서는 경비함이 지키고, 공중에서는 P-3C 해상초계기가 초계비행 중이었지만 둘 다 이를 놓쳤다. 접안했을 때는 군의 해안 감시 레이더에도 포착되었지만 파도로 인한 반사파 정도로 평가하는 데 그쳤다. 북한 선박의 움직임은 삼척항 주변에서 해안선 감시용으로 가동되는 지능형 영상감시체계에도 잡혔다.

이 대목이 참 안타깝다. 북한 선박이 목선이어서 선박 또는 항공기 레이더에 포착되거나 기계적으로 식별하기가 어려웠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해안에서 촬영된 영상을 모니터링하거나 육안으로 식별할 때 조금 더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조기 대응이 가능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사건으로 군에는 ‘경계시스템 보완’의 숙제가 던져졌다. 소형 목선도 감지할 수 있는 감시체계를 갖추고, 레이더 요원들의 판독능력도 향상시켜야 한다. 드론과 같은 장비의 확대보급으로 해안근접 경계도 보강해야 한다.

경계는 집안 살림살이와 닮았다. 주부들은 “집안일은 아무리 해도 표가 잘 안 난다”고 말한다. 경계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경계태세를 유지해도 표시가 나지 않다가 작은 빈틈만 생기면 바로 나는 것과 같다. 군은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경계도 작전이자 전투’라는 비장한 각오로 임해주길 바란다.

김기환 민방위 전문강사, 예비역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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