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제의 자연산책] 달리아가 있는 정원
[조상제의 자연산책] 달리아가 있는 정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1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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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중의 꽃, 화왕(花王). 무슨 꽃인지 아시지요? 목단, 모란이라고도 합니다. 여러분도 목단이 화왕이라 생각하시나요? 아름답고, 화려하고, 빼어나나 문제가 있습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요? 언제 피었는가 하면 사라져 버리니. 화왕이 될 수 있을까요?

아름답고 화려한 꽃 중에 한여름에서 가을까지 정원을 시원하게 장식하는 진짜 화왕이 있습니다. 백일홍이라고요. 멕시코에서 백일홍과 함께 시집을 왔지만 백일홍은 아닙니다. 꽃이 매우 크고 우아하고 위엄이 있습니다.

고갱, 반 고흐 등 미술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꽃입니다. 멕시코 국화이며 멕시코 아즈텍인들은 식용으로 재배했습니다.

나폴레옹이 황제일 때 황후 조세핀은 정원에 여러 품종의 이 꽃을 심고 가꾸어 많은 귀족들을 정원으로 초대, 파티를 열며 자랑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욕심이 많아 자기가 가꾸는 이 꽃을 절대로 남에게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녀 한 명도 이 꽃을 몹시 갖고 싶어 했으나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녀는 조세핀 몰래 정원사에게 부탁하여 이 꽃 한 포기를 빼돌려 자기 집에 심어 화려한 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조세핀은 하인이 심은 꽃이라 하여 이 꽃을 정원에서 모두 뽑아 버렸다고 합니다.

조세핀이 그처럼 독차지 하려고 했던 이 꽃은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나라엔 1910년대에 시집온 귀족의 꽃 달리아(Dahlia)입니다. 인터넷을 치면 다알리아에 더 많은 자료가 나옵니다. 그러나 국명 표준어는 달리아입니다. 샐비어, 아카시가 표준어이듯.

1912년 여름, 가족과 함께 계룡산 동학사를 찾았습니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데 계곡 오른쪽으로 자리한 여러 암자 마당에 화려하고 당당하게 핀 달리아가 내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언젠가 나도 달리아를 심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달리아 정원을 만들어야지.

2017년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태화초에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행복정원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해 여름 여러 꽃집을 들락거리며 달리아를 사 모았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달리아 구근을 주문했습니다. 우리 토종 달리아도 구했습니다.

꽃의 크기에 따라 소형, 중형, 대형도 있고, 꽃 색에 따라 보라색, 붉은색 등 여러 가지입니다. 소형은 월동이 되지만 대형은 구근을 가을에 캐 보관을 했습니다.

달리아는 원예용으로 개발된 종이 1만여 종이 된다고 할 만큼 워낙 많아 장담할 순 없지만 ‘프로스트 닢’이란 종으로 보이는 붉은 키 큰 달리아는 참으로 장관이었습니다. ‘토마스에디슨’으로 보이는 보라색 달리아도 지칠 줄 모르고 그 큰 꽃송이를 피워냈습니다.

태풍이 불어 쓰러질 때도 있었지만 늦가을까지 화려한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사했습니다. 달리아 재배는 순지르기를 통한 높이 조절과 퇴비 조절이 중요합니다. 올해도 키 큰 붉은 달리아는 우리의 학교의 정원을 붉게 물들이며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낼 것입니다.

멕시코 원산인 Dahlia는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대륙 진출로 인해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영명이자 속명인 Dahlia의 기원은 1789년 멕시코의 식물원장 ‘세르반테스’로 부터 달리아 종자가 스페인 마드리드 식물원에 처음 도입되었을 때 식물원장 아베 카바닐루(Abbe cabanilles)가 그 당시 스웨덴의 저명한 식물학자였던 안드레아 달(Andreas Dahl : 1751~1789)이 30대의 젊은 나이에 죽자 그를 기념하기 위해 붙였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꽃 이름 중에는 이렇듯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 더러 있습니다. 요즘 거리 조경에 많이 심어지는 베고니아(Begonia)는 식물학 연구 후원자이자 캐나다 총독이었던 미카엘 베곤(M. B’egon)을 기념해 명명했고, 거베라는 린네의 친구인 독일 식물학자 게르버(Gerber)를 기리기 위해 붙여졌으며, 7월의 한여름을 시원하게 해주는 루드베키아는 린네의 스승 루드벡(Rudbeck)을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더 심한 것도 있습니다. 분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 유명한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는 자신이 발견한 식물명에 아예 자신의 이름을 붙여 린네풀(Linnaea borealis L.)이란 식물을 만들어 냅니다. 학명을 한번 보시죠. 속명에도 린네요. 명명자에도 린네입니다.

조상제 범서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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