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통증이다
삶은 통증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1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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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사고로 돌아가신 많은 분들에게 명복을 빈다.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목숨을 구한 사람도 있으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페트병을 지닌 채 생존한 분도 있고, 어릴 때부터 수영을 배워두라던 강한 아버지의 딸이 수영 덕으로 구사일생 구조된 일도 있으니 정말 천운을 가진 사람들이다.

오랫동안 앓아온 나의 목 디스크와 어깨통증…. 나았다가 재발하고 나았다가 계속 이어진 지 수년째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병이지만, 특히 연구하는 직업군에서 쉽게 발병한다는 고약한 병이다.

최근 나는 일주일 전부터 무슨 연유인지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하는 수 없이 위급의 상태로 척추관절 전문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담당의사는 흔한 질병으로 보는 것 같았다. 나의 놀라고 긴장된 모습을 본 의사는 병답지 않은 병인 양 아주 태연하고 성의 없는 눈매였다. 소명의식(Calling)이라곤 조금도 없는 그의 태도를 보고 그날 하루 종일 화가 치밀었다. 병원에서 일련의 응급처치를 받고 난 뒤, 다시 일상의 평온함을 되찾았다.

이런 위급한 상황을 볼라치면, 정신과의사이면서 심리학자인 유태인 빅터 프랭클이 쓴 책《죽음의 수용소에서》(이시형 역)가 문득 떠오른다. 나치독일 치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지옥같이 보낸 그가 극한의 감옥생활에서 살아난 체험적 일대기이다. 하루 한 끼 식사에도 잘 견디는 수용자도 있었다. 가스실로 끌려가는 아비규환 소리에 극단적 생각을 하는 이도 있었지만 평정한 마음으로 수용생활을 하는 대담한 이도 있었다.

자신의 독특한 정시분석학적 방법 즉 조각난 삶의 가느다란 실오라기를 의미와 책임의 확고한 유형으로 짜 만든 심리분석이다. 우리가 직접 겪어보지 못한, 아니 겪고 싶지 않은 실제 경험을 통해 삶의 의미와 삶 그 자체에 대한 진리를 우리들에게 일깨워준다.

‘그 진리란, 극한상황에서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인간의 <자유>다.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120쪽〕

다시 말하면 사람의 내면적 심리를 잘 분석, 관찰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생명의 존엄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반면 삶을 스스로 포기한 이도 있다. 이 차이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인간에게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다고 한다. 우리 인간은 자극을 받으면 금방 반응하지 않는 법이다. 그 공간, 그 공간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성장하고 자유로움을 갖게 되는 힘이 생긴다. 한마디로 삶의 의미를 잃지 않고, 인간 존엄성의 승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보라! 그는 분명 나치 수용소에서 극한의 고통을 겪었지만 극도의 고난 속에서도 자유로운 사상을 가지면서 대처하였으니 위대한 인간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대처방법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우리의 삶은 그 어떤 것보다 위대함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에게 즐겁게 살아갈 용기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용기 있고 자신 있게 살자! 우리는 죽음이 삶의 끝에 서 있다고 착각하지만 죽음도 삶의 일부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죽음을 맞이할 때 어떤 태도로 맞을 것인가에 대해 항상 생각하면서 사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삶이란, 어떠한 위급한 상황이 찾아와도 용기를 갖고 위대한 힘으로 대처하면서 살아간다면, 그것은 진정한 삶의 가치를 이루는 것이 아니겠는가?

김원호 울산대 인문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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