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난민의 날’에 돌아본 우리 속의 난민
‘세계난민의 날’에 돌아본 우리 속의 난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1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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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은 난민(難民)보호라는 국제사회의 책임을 온 세계가 공유하기 위해 2000년 12월 UN이 제정한 ‘세계 난민의 날’(World Refugee Day)이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이날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달력에서도 찾기가 힘들다. ‘UN난민기구 친선대사’ 정우성(배우)의 캠페인 “난민과 함께 걸으세요”가 없었다면 존재감마저 잊을 뻔했다.

그러나 ‘난민’은 우리와 전혀 무관한 낱말이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제주도로 몰려든 ‘예멘 난민’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지 않았던가. 베트남 전쟁이 끝난 1975년 이후로는 공산베트남 정권을 피해 고국을 등진 엄청난 수의 보트피플(boat people) 중 일부가 부산 수영만 난민수용소에서 나라 잃은 설움을 곱씹어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 이후 수년간 우리나라도 한동안은 ‘국내실향민’들로 가득한 ‘난민의 나라’였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 비극적 내전으로 우리 국민 250만명이 인고의 피난길에 올라야 했고, 10만명이 넘는 어린이가 ‘전쟁고아’의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일제강점기의 쓰라린 기억과 흔적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얼마나 많은 우리 동포들이 만주에서, 극동러시아에서 실국(失國)의 눈물을 삼켜야 했던가. 그들의 일부는 아직도 ‘정신적 난민’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UN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을 열아홉 번째로 맞으면서 우리는 난민에 대한 우리 속의 인식을 되짚어볼 필요는 없겠는가. 우리 집, 우리 동네, 우리 시, 우리나라라는 좁은 경계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글로벌 피플’-세계인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라도 절실한 일이다.

‘세계 난민의 날’은 난민협약의 의미와 가치를 재확인하고 난민의 어려움과 난민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눈을 뜨는 날이다. 우리는 이날만이라도 UN난민기구와 비정부기구들의 활동을 주목하고 그들의 메시지를 뜨거운 가슴으로 껴안을 필요가 있다. 배우 정우성이 난민 보호활동 5년을 기록한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한 번씩 읽어보는 것도 이날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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