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 훌륭한 부모
좋은 부모, 훌륭한 부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1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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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가 어머니와 처음 살았던 곳은 공동묘지 근처였다고 한다. 놀 만한 벗이 없던 맹자는 늘 보던 것을 따라 곡(哭)을 하는 등 장사 지내는 놀이를 하며 놀았다. 이 광경을 목격한 맹자의 어머니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이사했는데, 하필 시장 근처였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맹자가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꾼들의 흉내를 내면서 노는 것이었다. 맹자의 어머니는 이곳도 아이와 함께 살 곳이 아니구나 하여 이번에는 글방 근처로 이사를 하였다. 그랬더니 맹자가 제사 때 쓰는 기구를 늘어놓고 절하는 법이며 나아가고 물러나는 법 등 예법에 관한 놀이를 하는 것이었다. 맹자 어머니는 이곳이야말로 아들과 함께 살 만한 곳이구나 하고 마침내 그곳에 머물러 살았다고 한다. 이러한 어머니의 노력으로 맹자는 유가(儒家)의 뛰어난 학자가 되어 아성(亞聖)이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맹자 어머니는 고금에 현모양처(賢母良妻)의 으뜸으로 꼽히게 되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이 말은 맹자의 모친이 맹자를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사는 곳을 세 번씩이나 옮겨 갔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이 이야기는 자녀교육에 있어서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말해주는 것이며, 또한 어린이들이 얼마나 순진무구한가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 아이를 길러내는 일에 미치는 영향이 환경뿐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환경만 바꾸어 맹자처럼 본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면서 지혜롭게 잘 자라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은 태아에서부터 이미 내·외부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 아이가 어느 시기에 어느 신체가 급격히 발달하고, 신체 발달에 따른 심리 발달과 인지 발달 등은 어떻게 일어나며, 그때 어떤 처치를 해주어야 긍정적이고 사람과의 관계를 잘하는 사회성도 함께 자라는지 대략적이라도 알고 키워내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요? 이처럼 깊이 있는 공부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부모로서 영·유아기의 특성을 아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좋은 부모, 내 자녀를 긍정적이고, 지혜롭고, 또 예의 바르게 잘 키워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세상에 처음부터 타고난 숙련된 부모는 없습니다. 부모들에게도 좋은 부모가 될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지면을 통해 우리 사회에 한 가지 제안을 해봅니다. 삶에서 한번은 부모가 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대학의 교양교과에 ‘부모교육’ 강좌를 개설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예비부모가 학습을 통해 부모로서의 지혜를 가진 후 부모가 되자고 제안 드리고 싶습니다.

부모교육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시작되는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동 양육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이후 17세기 요한 코메니우스가 취학 전 가정교육이 학교교육의 기초단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모친 학교(Mother’s School)를 설립하였고, 체계적인 부모교육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지자체에 따라 권위 있는 부모교육 강사를 초빙해서 5일 과정 이상 ‘두뇌 발달과 성격 형성’이라든지 ‘엄마가 모르는 아빠 효과’ 등 영·유아기 부모가 알아야 할 상식 이상의 강연을 계획하는 곳도 더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되기 전 단계 즉 부모가 되려는 결심, 부모 역할의 목표 등에서부터 부모가 되어서 자녀의 성장기까지 거치는 다양한 과정에서 체계적인 공부가 꼭 필요합니다. 그러니 이미 대학을 졸업한 예비부모님, 그리고 이미 부모가 되어 계신 분들도 지인들과 부모교육 관련 책 읽는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공부하는 부모님이 되어보시는 것은 어떠한지요?

인간의 생애 발달 과정에서 영·유아기의 올바른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자극과 처치는 그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일입니다. 먼저 태어나 자녀를 길러본 사람으로서 감히 제안 드려 봅니다. 맹모삼천지교와 같이 이사를 세 번씩 다니지 않더라도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키워내기 위해서지요.

정말 훌륭하게 자라 아이 때부터 주변을 챙겨주고 자기 일도 스스로 해내는 예쁜 아이들을 보면 한 아이의 먼저 된 부모로서, 유아교육을 챙겨야 하는 시교육청의 담당과장으로서 시간이 갈수록 절실하게 드는 생각입니다. 좋은 부모와 훌륭한 부모는 행복한 자녀를 길러내니까요.

정기자 시교육청 창의인성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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