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와 기업의‘한국 탈출’
자산가와 기업의‘한국 탈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1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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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뭘 먹고 사는지에 대한 미래의 고민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자산가들의 ‘이민’과 기업의 한국 탈출이 계속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탈(脫)한국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니 걱정이다.

자본유출을 막으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절실한데 사정은 열악하다. 고용비용은 오르고 투자는 움츠러들면서 국내에서 기업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이민’과 ‘기업의 한국탈출’로 표출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최근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이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경제는 불안하고 세금부담은 갈수록 커지자 이민을 고려하는 자산가들의 행선지로 가장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곳은 미국과 싱가포르다.

최근 미국행을 고려하는 사람들의 주요 관심은 투자이민(EB-5)이다. 학력과 영어점수, 투자액 등을 점수로 매기는 호주나 캐나다와 달리 50만 달러(약 6억원)를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어서다. 미국 국무부 비자 발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이민 비자를 발급받은 한국인은 531명이다. 1년 전보다 336명이 늘었다. 투자이민 발급 국가 중 한국은 중국, 베트남, 인도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이민을 고려하는 사업가들이 선호하는 곳은 싱가포르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6시간 거리로 가깝고 세금 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상속·증여세도 아예 없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명목 기준)이 50%에 달해 세금 낼 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자산가들에겐 상당히 매력적인 도시다.

또 싱가포르는 세계 백만장자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선호하는 도시다.

좁은 땅에 자산가들이 몰리면서 싱가포르 영주권을 따려는 경쟁은 치열하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외국인 영주권을 받으려면 새로운 기업이나 펀드에 250만 싱가포르 달러(22억원)를 투자해야 한다. 돈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사업능력도 따진다.

한편 올 1분기에 우리나라를 빠져나간 해외직접투자(OD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9% 급증한 141억1천만 달러였다. 특히 제조업 해외직접투자가 140%나 껑충 뛰었다. LG와 SK·롯데가 잇따라 미국에 공장을 완공하거나 착공하는 등 기업들이 해외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증설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하지만 기업, 특히 제조업의 외국행을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 등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반(反)시장적인 정책과 각종 반기업적인 규제 탓에 한국의 기업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데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전쟁 여파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기업들이 속속 자국으로 투자 유턴을 감행하고 있는 와중에 한국만 나 홀로 이 추세를 역행하고 있는 것만 봐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제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양질의 일자리까지 같이 빠져나간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소득이 줄고, 전반적인 소비부진으로 이어져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올라타 결국 경제성장률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기에 대책이 필요하다.

살기 좋은 곳을 찾아 해외로 나가려는 부자와 기업가만 탓할 수 없다. 기업이 있어야 일자리가 있고, 그래야 우리 국민이 먹고살 수 있다. 자본유출을 제도적으로 막기보다 정부가 나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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