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보고’ 울산, 영화 소재로도 일품”
“‘스토리텔링의 보고’ 울산, 영화 소재로도 일품”
  • 김정주
  • 승인 2019.06.1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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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울산시 문화정책보좌관(문화특보)
최승훈 울산시 문화정책보좌관.
최승훈 울산시 문화정책보좌관.

-홍대 나와 파리8대학서 ‘조형예술학박사’

조용한 성품이다. 부속실 직원에게 큰소리 한번 친 적이 없는 듯하다. 그리고 깍듯하다. 10년 가까운 프랑스 생활이 몸에 배어서일까.

사실 그는 프랑스 유학파다. 이력서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마르세유 뤼미니(Luminy) 미술대학을 졸업(1980~83)하고 파리8대학(1984~87)에서 조형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9년에는 프랑스 외무부 초청으로 미술관 파견근무 경험도 쌓았다.

최승훈 울산광역시 문화정책보좌관(64, ‘문화특보’). 지난 4월 3일 송철호 시장이 직접 임명장을 건네며 울산 문화 융성의 밑거름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3급 부이사관’이면 시청 국장급. 그로부터 두 달 보름이 지났다.

대구시 중구 동인동이 고향. 그래도 사투리 찾기는 많이 힘들다. 대구고를 거쳐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75~79)를 나왔다. 울산서 만난 ‘홍대 동문’은 이달 초 환영만찬 자리를 마련해준 김언배 울산대 교수(섬유디자인 전공) 정도. 후배뻘인 임영재 울산대 교수(서양화 전공)는 급한 불부터 끄고 대면할 생각이다.

-이력 대부분 ‘미술관’…햇수 30년 넘어

최승훈 문화특보는 ‘미술관’과 인연이 깊다. ‘한빛문화재단 박물관장’(영국 British museum, V&A museum 한국관 건립실무 담당, 1991~94) 이력을 제외하면 온통 미술관 경력이다. 햇수로 30년을 거뜬히 넘어선다.

△부산시립미술관 개관기획단 자문위원(1996~98)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1998~ 2001) △경남도립미술관 관장(2001~04)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2006~08) △인천아트플랫폼(Incheon Art Platform) 관장(2009~10) △서울시립미술관 학예부장(2011~13)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관장(2013~15) 그리고 △대구미술관 관장(2016~2018).

그래서 항간에는 ‘울산시립미술관의 주춧돌을 놓을 분’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시쳇말로 ‘합리적 예단’인지도 모른다. 여하간 그의 조언 한마디 한마디는 울산시립미술관의 뼈대가 되고 살점이 될 듯하다. 그래서 질문을 던졌다. ‘중구 북정동 ‘동헌’의 가까이에 들어설 울산시립미술관의 규모가 너무 작은 건 아닌지?’ 답은 금세 돌아왔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 4월 3일 시장집무실에서 최승훈 문화정책보좌관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시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 4월 3일 시장집무실에서 최승훈 문화정책보좌관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시

 

-“그릇 크기보다 속에 담을 내용이 중요”

“겉보기에는 다른 지방 미술관의 절반 수준밖에 안 돼 보이죠? 하지만 그릇이 크다고 반드시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릇에 어떤 내용물을 담을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최승훈 특보는 시민들이 울산시립미술관을 그런 관점에서 쳐다봐주기를 기대했다. 앞으로 꾸며질 전시실의 이상적 윤곽도 짚어줬다. 밀도와 짜임새가 있고, 완성도가 높고, 그래서 시민만족도도 높고, 감동까지 선사하는 전시, 그리고 그런 전시로써 뚜렷이 차별되는 울산시립미술관….

이 대목에서 그의 말에는 쉼표가 없었다. 밑줄은 ‘시민사회 교육 기능이 강화된 미술관’, ‘빅 데이터와 첨단기술이 빛을 발하는 미술관’에 그어졌다. 조언의 깊이도 깊어졌다. “시립미술관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가 어떤 것인지, 설문조사를 거쳐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의 조언은 ‘도슨트’ 수준을 넘어 ‘큐레이터’ 경지에 다다라 있었다.

내친김에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사업’의 진척 상황을 물었다. 조감도에서 눈을 뗀 최 특보가 담당부서에서 건네준 브리핑 자료를 보여준다. △2019.1~7=공사 발주 및 시공사 선정 △2019.7~2021.7=공사 착공 및 준공 △2021.7~12=미술관 개관 사전준비 및 개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순조로우면 2년만 더 참고 기다리자. 시립미술관 문제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 더는 없을 테니까.

-프랑스서 엑스트라, 촬영세트도 만들어

말머리를 다시 과거사 쪽으로 돌렸다. 프랑스 얘기는 흥미진진했지만 입맛만 다시기로 했다. “제가 엑스트라 했다면 믿으시겠어요?” 얘기인즉 ‘나는 산타크로스를 만났다’란 프랑스 영화에선 엑스트라로 출연했고, ‘차이니스 레스토랑’이란 프랑스 영화에선 촬영세트를 손수 만들었다는 것. 팍팍한 프랑스 살림에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준 아르바이트 같은 것?

그런 체험 때문일까. 최 특보는 울산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촬영 문제로 이야기 나눌 겸 머잖아 평소에도 소통이 되는 영화감독 몇 분을 만날 참이다. 그의 방문수첩에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도 올라 있었다.

사실 그는 요즘 울산 사랑에 빠져있다. 수려한 자연경관에 매료된 탓이다. 대왕암공원과 울산대공원, 영남알프스와 주전 몽돌해변. 울주군 간절곶공원. 그리고 태화강십리대숲의 ‘은하수길’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가는 곳마다 새로운 생각과 의욕이 솟구칩니다. 스토리를 입힐 만한 것들이 너무 많은 덕분이죠.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 나오는 앤드류의 장생포 생활 얘기도 그렇지만 중구 상징 캐릭터 ‘울산큰애기’ 스토리는 드라마로도 꾸밀 수 있고….”

그러면서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해진 덴마크 ‘인어동상’ 얘기를 꺼낸다. 왜소한 것이 스토리를 입히니 세계적 유명세를 탔고, 그 바람에 머리가 잘려나가기도 했지만 나중에 되찾아 복구해 놓으니 그게 다시 입소문을 타더라는 얘기다. 그에 비하면 울산은? 가히 ‘스토리텔링의 보고’가 아니던가.

-취미생활 즐겨…필름카메라 50점 소장

최승훈 특보는 취미생활을 비교적 즐기는 편.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가 ‘필름카메라’ 수집광이란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구닥다리’가 50점은 된다고 했다. ‘올림푸스 FT’에다 후지필름 것도 제법 있다니 ‘전문가 수준’급이다. 취미는 전각, 민화 쪽에도 가지를 뻗쳐 가는 상태.

종교는 침례교파 기독교. 태어날 때 침례를 받았으면 ‘모태신앙’ 아니냐 했더니 그게 아니라 했다. 침례교에서는 다른 교파와는 달리 평신도이든 사제이든 모두가 평등하다는 수평적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주말에는 대구에 계시는 부모님을 찾아뵙는 효자로 소문나 있다.

최 특보가 울산의 문화수준을 어느 높이로 끌어올릴지, 아직은 예측불허다. 그러나 울산시립미술관의 든든한 기초를 다지는 데 그 나름 상당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프랑스와 영국 생활에서, 전국의 주요 미술관에서 쌓은 조형예술학적 지식과 경험이 울산시립미술관의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장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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