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체육계 “혁신위 권고안, 엘리트 체육 말살 정책”
울산 체육계 “혁신위 권고안, 엘리트 체육 말살 정책”
  • 김원경
  • 승인 2019.06.1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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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혁신위 비판
“U-20 준우승, 엘리트 체육 결실
학생선수 육성 체계적 시스템 필요”
“U-20 선수들이 준우승이라는 역사적 결과를 얻어낸 것은 엘리트 교육 시스템 덕분 아니겠습니까.”

U-20 울산출신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엘리트선수 육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울산 엘리트체육계는 스포츠혁신위의 2차 권고안이 오히려 엘리트체육을 말살시키는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16일 울산 지역 체육계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대한민국 최초 U-20월드컵 준우승은 경기침체에 지친 시민들에게 큰 활력소가 됐다.

특히 현대고 3인방이 좋은 성적을 내고 세계적인 선수로 커갈 수 있었던 것은 엘리트체육 때문이다.

스포츠혁신위는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지역 체육계는 엘리트체육 발전에 오히려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엘리트체육계 성파문의 해결책으로 출발한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의 2차 권고안은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기 중 주중 대회 참가 금지 △최저학력 미달 선수 대회 참가 금지 △합숙소 전면 폐지 △소년체전의 축전 형식 전환 등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체육계에서는 “실상을 모르는 행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5일 울산의 한 운동부 연습장에서 만난 지도자는 스포츠혁신위 2차 권고안에 대해 탁상행정이라며 비판했다.

20년째 운동부를 맡고 있는 감독은 “입시위주·사교육이 만연해 있는 교육환경 속에 공부하는 학생선수가 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주말대회 개최로 일주일 내내 운동하는 것이 어린선수들에게 더 부담”이라며 “권고대로 가려면 교육개혁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학생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선 가족애가 중요하다. 특히 어린선수일수록 주말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한다”며 내실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정책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다른 운동부 감독도 “기존 전국대회 기간이 일주일이라면 주말대회만 개최 시 한달 이상 걸리고 이는 아이들의 휴식권 침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 “학생 수 감소로 타지 선수 영입이 필요할 수 있는데 합숙소 전면 폐지는 학생선수 육성의 길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생선수들과 함께 뛰고 있는 학부모들은 현장의 목소리가 배제된 권고안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엘리트체육이 한국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만큼 지도자 육성과 처우개선, 선수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시체육회 오흥일 사무처장은 “체육계가 개선해야 하는 건 맞지만 급하면 체하기 마련이다. 권고안대로 가면 엘리트체육은 고사되고 말 것”이라며 “하루아침에 스포츠 선진국이 되긴 힘들겠지만 20~30년 후를 내다보고 점진적으로 변화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 운동부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울산시교육청은 인성과 지식을 두루 갖춘 ‘공부하는 학생선수’육성의 내용이 담긴 스포츠혁신위 권고안에 대해 큰 틀에서는 합의하되 현장 의견수렴으로 현실에 맞는 엘리트체육 정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4일 등장한 ‘스포츠혁신위 2차 권고안 철회’ 청와대 국민청원은 16일 현재 1만5천112명이 동의, 하루 1천여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김원경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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