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대 암각화 속 ‘배’는 가죽? 나무?
울산 반구대 암각화 속 ‘배’는 가죽? 나무?
  • 김보은
  • 승인 2019.06.1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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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암각화 봄 학술대회’서 배 그림 관련 논의송화섭 교수 “가죽배 타고 오호츠크해 따라 대곡리로”이하우 교수 “원거리 항해 어려워… 목선 이용했을 것”
울산대학교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가 지난해 공개한 반구대 암각화 배 표현물.
울산대학교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가 지난해 공개한 반구대 암각화 배 표현물.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바위그림에 새겨진 배는 가죽배일까, 나무배일까.

이에 대한 논의가 오는 14일 열릴 울산대학교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와 한국암각화학회의 ‘한국암각화 봄 학술대회’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송화섭 중앙대학교 교수와 이하우 울산대학교 교수가 각각 ‘경주 석장동 암각화의 장식석촉문(裝飾石鏃文) 도상(圖像) 분석’, ‘한국 암각화의 배 표현물 그리고 석장동 암각화에서 배의 성격’을 주제로 발표한다.

12일 미리 입수한 발표 자료에 따르면 두 교수는 반구대 암각화의 배 그림의 성격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국내 선사시대 암각화 중 배 그림이 발견된 암각화는 울주 반구대 암각화, 경주 석장동 암각화, 함안 도항리 암각화 등 3곳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배는 이 중 가장 먼저 학계에 보고됐고 현재까지 6척의 배가 확인됐다. 1척을 제외하곤 고래 등 다른 표현물과 유기적인 관련성을 갖고 있어 고래를 잡는 포경선을 새긴 것으로 보고 있다.

송화섭 교수는 “반구대 암각화의 배 그림에는 해양수렵민들이 작살잡이로 고래사냥을 하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이 배를 알래스카 베링해협과 캄차카반도 일대에서 작살로 고래잡이를 하는 해양수렵민들의 배 ‘우미악(Umiak)’으로 추정한다”고 밝힌다.

우미악은 북극해 바다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일종의 가죽배다. 골격은 나무지만 바다동물기름으로 코팅된 가족을 씌운다.

가볍고 이동이 편리해 작살잡이나 고래잡이가 끝나면 육지로 가지고 올라올 수 있다. 해양수렵민이 우미악에 타면 수압으로 배가 곡선형으로 휘어지는 특성이 있다.

송 교수는 이러한 우미악의 사실적인 모습을 반구대 암각화의 배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배 그림을 조각한 주체가 캄차카반도가 품고 있는 오호츠크해에서 우미악을 타고 대형고래를 따라 울산만으로 내려와 대곡리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하우 교수는 반구대 암각화의 배가 우미악이 아니라 쉽게 파도를 헤치고 먼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외양선의 특징이 지닌 ‘목선(木船)’이라 판단하고 있다.

이 교수는 유라시아 암각화에서 조사된 우미악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 가죽배로서의 측면의 체적 표현이 명확하고 하나같이 동물두상을 부착하고 있었다며 송 교수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 반구대 암각화의 배는 선수와 선미가 위로 들려 있는 외양선의 특징도 반영돼 있으며 목선으로도 충분히 먼거리의 해양이동이나 운항, 어로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의 주장은 우미악이 고래사냥에 활용됐다는 점은 부정될 수 없는 사실이나 가죽은 물에 잘 젖어드는 재질이라 긴 시간 원거리 항해가 어려운데 외양선 특징의 목선을 두고 우미악을 고집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두 주장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질 이번 학술대회는 오는 14일 오후 2시부터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백주년기념관(5층 D501호실)에서 진행된다. ‘경주 석장동 암각화의 재발견’이라는 주제 아래 4명의 연구자가 주제와 관련된 새로운 연구 성과를 공개한다. 발표자로는 송화섭 교수, 이하우 교수와 함께 석장동 암각화의 최초 발견자인 동구대학교 경주캠퍼스 이동헌 연구원, 국립중앙박물관 신대곤 전 유물부장이 참가한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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