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우아’이야기
‘모아우아’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12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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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떠난 지가 벌써 10개월째인데 아직도 출근하는 길에는 어색함이 남아 있다. 집을 나서는 출근 시각은 학교로 출근할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지만, 출근하는 자동차 안에서 느끼는 감정은 완전 딴판이다.

학교에 나갈 때면 ‘오늘은 어떤 아이가 제일 먼저 등교할까?’, ‘혹시 나보다 먼저 나온 녀석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었다. 출근하면서 중·고등학생들의 웃는 모습을 볼 때면 그 웃음에 에너지가 저절로 충전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가끔씩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이나 빵 봉지를 뜯고 있는 아는 녀석의 얼굴이라도 보이면 차에서 내려 우유라도 사서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하곤 했다. 교실로 가는 발걸음이 절로 유쾌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출근했던 것과는 달리 학교의 반대 방향에 자리잡고 있는 교육청 사무실로 나오면서부터는 그동안 없었던 버릇이 하나 새로 생겼다. 이전에는 운전대를 잡고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학교로 출근했다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이제는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운전하는 습관이 몸에 붙은 것이다.

묵직한 베이스 톤의 연주음악이 나올 때면 운전대에서 손가락만 까닥이다가, 가볍게 뛰는 듯한 팀파니의 유쾌한 소리나 빠르게 연주되는 바이올린의 선율이 흐르면 신호등을 지켜보는 짬짬이 한 팔을 들어 크게 휘저으며 기운을 업~ 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없던 기운을 채워서 출근한 날에도 사무실 창문을 열면서 도로변 인도를 따라 학교로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온갖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헤엄치게 된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도 내 일이었고, 사무실에서 교육과 관련된 서류를 만들고 행정업무를 보는 일 또한 내가 해야 할 일들이다. 서로 다른 일을 같은 사람이 하고 있으니 마음속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허투루 해서 될 일은 단 한 가지도 없다.

서 있는 자리에 따라 해야 할 일들이 잠시 달라졌을 뿐, 결국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인 것이다.

교실에서 20여 명의 아이들과 지낼 때가 소중했던 것처럼, 비록 직접 아이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는 아니라 하더라도, 아이들과 관련된 일 또한 허투루 볼 일은 단 하나도 없다.

어쩌면 교실에서 만나야 했던 내 일들이 감정과 마음에 더 충실해야 했다면, 지금의 교육청 자리에서는 감정보다 이성과 논리에 더욱 익숙해져야만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할 수가 있다.

교실에서 바라본 아이들도 우리 아이들이었고, 교육청에서 바라보는 학교의 아이들 또한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다. 그야말로 ‘모아우아(=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다)’가 아니겠는가! 교실과 교육청이라는 공간이 바뀐다고 해서 지금의 아이들이 과거나 미래의 아이들로 바뀔 일도 없을 테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될 일이다.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위해 땀 흘리는 교직원 모두를 위해 더 많이 뛰어야 하고, 더 많이 일해야 하는 곳이 교육청이라는 사무공간이란 것을 10개월째가 되어서야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며칠 전 학교업무 정상화를 위해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는 어느 장학사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가득 핀 것을 본 적이 있었다.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이 보내준 좋은 반응 때문이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교육청의 노력 덕분에 울산교육이 바뀌고 있다는 목소리는 매일 야간근무가 일상화되어 버린 그 장학사의 어깨만 가볍게 해 준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일하는 것이 사무실에서도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를 직접 보여준 깨우침 같은 것이었다. 어쩌면 앞으로 출근하는 길에 듣게 될 음악이 더욱 신나는 음악으로 바뀌게 되지는 않을까 싶다.





김용진 울산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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