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짐의 미학(美學)
넘어짐의 미학(美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12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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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끊임없이 실패로부터 학습하고 배운다. 실패를 통한 학습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숙명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통해 성장하면서도 실패를 두려워하고 겉으로는 숨기고 싶어 한다. 이는 실패를 성공의 촉진제로 여기지 않고 스스로 무능력하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실패한 결과만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먼저 뒤집기를 시도하고 기어 다니기와 걸음마 연습 과정을 거쳐 걷기를 배운다. 아이가 처음부터 잘 걷는 것은 아니다. 잘 걷기 위해서는 잘 넘어지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

유도에 입문하면 제일 처음 낙법부터 배운다. 넘어질 줄 알아야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고, 경기할 때 안정감을 가지고 유도 기술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다. 자전거 타기도 마찬가지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해서는 처음에는 수십 번 넘어지고 그러한 반복 과정을 거쳐 비로소 자전거를 잘 탈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인간은 누구나 실패하는 법을 먼저 배우고 나서 성공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실패를 통해 성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의 진리이자 자연의 순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엔젤라 더크워스 교수는 그의 저서 ‘그릿(Grit)’에서 성공하는 사람의 핵심적 특성을 ‘그릿’이라는 관점을 통해 설명한다. 즉 평균보다 떨어지는 IQ, 특별할 것 없는 재능, 불우한 가정환경 등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성공을 일궈낸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릿’으로 표현되는 특성에서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결국 높은 수준의 그릿을 가진 사람들은 열정과 끈기의 조합을 자신의 목표에 투영하여 달성한다. 그러한 평범한 진리를 통해 ‘그릿’이 높은 사람들은 재능은 있어도 ‘그릿’이 낮은 사람들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밖에 없는 실패와 좌절의 경험을 겪으면서도 실패를 지렛대삼아 꾸준하게 정진할 수 있는 ‘그릿’의 특성이 재능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패나 역경, 좌절은 성공하기 위해 피해 가야 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훌륭한 성과를 내기 위해 겪어야 할 인생의 디딤돌 내지는 필수영양소인 셈이다. 다만 명심할 것은 실패나 역경을 맞이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단순히 실패로부터 얻는 경험을 통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보다는 성공을 위해 실패를 툭툭 털고 일어서는 용기가 필요하며 실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다시 시작할 때 누군가 옆에서 “당신을 믿어. 잘할 수 있어”라는 격려를 해주면 용기를 북돋워줄 수 있으며, 그 사람은 실패를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실패의 결과에 대한 책임만 묻고, 실패를 하지 말아야 할 오류로 취급하는 사회에서는 절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진보가 일어날 수 없다. 실패 자체를 두려워하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에서는 절대로 창조성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과실을 맛볼 수 없다. 요즘의 한국 사회는 실패에 대해서 용인하지 않을 뿐더러 실패를 회피하려고만 하는 성향이 만연해 있어 심히 걱정된다.

“넘어지는 것은 당신의 책임이 아니지만, 다시 일어서지 않는 것은 당신의 책임이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넘어지더라도 용기를 내서 다시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많은 분들에게 진심어린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그것이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스스로의 재능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인 동시에,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구도하는 인간의 올바른 자세라고 믿는다.

서영호 아트만 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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