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 물적분할 통과됐지만… 여전히 ‘시끌’
울산 동구, 물적분할 통과됐지만… 여전히 ‘시끌’
  • 이상길
  • 승인 2019.06.0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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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막자’→‘법인분할 무효 동참’ 현수막 대거 바뀌어‘문재인 대통령, 해결위해 적극 나서라’는 내용도 걸려노조 반발에 사측 민·형사상 소송 등 강대강 대치

지난 7일 저녁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인근 명덕호수공원 도로. 어둑해진 틈을 타 한 사람이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었다. 현수막은 지난달 31일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법인분할)의 무효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이후에도 그는 몇 군데 더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

물적분할 임시주총이 끝났지만 울산 동구는 좀처럼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임시주총 전까지 물적분할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노조 측의 현수막은 주총이 끝난 후에는 현재 임시주총 무효 요구 및 주총 무효화에 주민들의 동참을 촉구하는 현수막들도 대거 바뀌었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물적분할 무효화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내용까지 추가됐다.

동구 서부동에 사는 이 모(43세)씨는 “2년 전 회사의 사업분할 관련 임시주총 때도 많이 시끄러웠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당시 사업분할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고 난 뒤에는 노조의 반발도 잦아들었다”며 “그런데 이번 물적분할의 경우 주총을 통과하면서 끝이 났는데도 계속 시끌시끌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정문 근처에서 음식점을 하는 박 모(56세)씨는 “주총이 끝났지만 여파가 계속되면서 동네 분위기가 많이 어수선하다”며 “손님들도 대부분 식사나 회식을 하면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관련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서 빨리 회사가 안정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시주총 이후 노사 간 대립은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주총 무효를 주장하는 노조의 반발은 파업으로 계속 표출되고 있고 노사 간 소송전이 본격화되면서 대립은 장기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 주총 통과 이후 지난 7일까지 나흘 연속 파업을 벌였던 노조는 이번 주에도 10일부터 14일까지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선다. 앞서 노조는 지난 3일 전면파업, 4일 7시간, 5일 4시간 부분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또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함께 주총 무효 소송인단 구성에 착수, 오는 14일까지 우선 소송에 참여할 주주들을 모집한 후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노조의 이 같은 저항에 대해 회사도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노조가 지난달 27부터 31일까지 주총 예정 장소였던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주총 개최를 방해한 것과 관련해 회사는 법원에 간접강제금 집행을 신청키로 하는 등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회사는 또 노조가 한마음회관을 점거하면서 보안요원을 폭행하고 각종 기물을 파손한 행위에 대해 노조 간부와 조합원 수십 명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변경된 주총장인 울산대 체육관을 창문과 유리문, 벽 등을 파손한 것에 대해서도 소송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조원 60여명을 경찰에 고소해놓고 있어 노사대립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역 한 노사전문가는 “물적분할에 따른 노사 간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회사경영이나 지역 경제 모두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노사 간에 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노조는 지난달 31일 회사가 장소를 변경해 주총을 개최하자, 주주들이 장소, 시간을 충분히 알 수 없었고, 현실적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았다며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회사는 당시 주총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이 노조 점거로 봉쇄되자, 장소를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했으며 법원 검사인이 주총장 변경 필요성을 판단했고, 검사인 입회하에 주총이 진행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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