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0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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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법인 물적 분할을 진행해 울산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의 배 만드는 공장이다. 조선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을 떠받쳐온 기간산업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건설하는 데 이바지한 공로가 크다. 오백 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 그림을 통해 조선산업의 미래를 확신한 창업주의 도전 정신은 지금까지도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최근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관이 없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세계일류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조선산업 개편작업은 반길 일일 수도 있거니와 이를 반대하며 파업에 나선 현대중공업노조와 반대에 동참한 지역 민심을 비판적 시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너지효과를 높이기 위해 법인의 물적 분할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왜 현대중공업 노동자를 비롯한 울산시민 다수가 현대중공업 기업 내부의 경영상 판단을 반대하고 나섰을까?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지방분권시대에 지역의 경쟁력은 산업기반과 맞물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다양한 일자리가 유지되고 지속적으로 더 만들어져야 한다. 기업이 망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하게 되면 많은 실업자가 발생하고 소비지출의 감소를 가져와 지역경제를 어렵게 만든다. 또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면 인구가 줄어들어 지역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의 건실한 재무구조를 나눠 생산시설과 부채만 울산에 남겨두고 자산과 이익은 전부 서울로 옮길 수 있도록 중간지주사를 만드는 것이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의 핵심이다 이러한 분할의 진행은 향후 실적부진으로 고용불안과 직면하게 될 노동자뿐 아니라 지역경제 침체를 염려하는 울산시민 전체의 걱정거리로 만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인수·합병 후의 고용안정을 약속하지만 기업의 약속은 영구불변의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많은 부채를 떠안은 현대중공업이 수익악화를 이유로 노동자를 회사 밖으로 내몬다면 울산 동구지역의 인구공동화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고 더 나아가 울산지역 전체의 경제침체로 나타날 수도 있다.

또 다른 측면은 현대중공업에 대한 시민들의 배신감이다. 세계 1위의 현대중공업이 있기까지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함께 동구지역 주민과 울산시민 전체의 협조와 인내가 배어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중공업 산업은 육중한 철판을 자르고 붙이고 페인트칠을 하면서 배를 만드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환경규제가 강화된 요즘도 현대중공업 인근 지역으로 가면 배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철가루, 페인트가루와 온갖 유해화학물질이 뒤섞인 오염물질이 대기로 방출돼 호흡기를 매캐하게 자극한다.

이러한 환경오염 피해 이외에도 1973년 창사 이래 노동자들이 위험천만한 작업과정에서 추락과 압착 등 온갖 산재사고가 꼬리를 물어 해마다 열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상자 수를 더하면 가히 죽음을 생산하는 공장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지금의 현대중공업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 노동자와 가족들은 모두 울산시민이며 지금도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는 사실을 현대중공업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의 +성장에 기여해 온 시민들의 열망을 외면하고 기어이 분할을 강행한 처사에 동구주민과 울산시민들은 실망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지역에서 성장한 향토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방안을 도출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자사의 이익만 추구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김성재 정의당 울산시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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