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명 ‘백성’, 법랍 38세인 김 박사는 승적을 가졌으면서도 불제자의 길보다 울산학춤 창시자의 길을 선호했고, 올해로 어언 24년째를 맞이했다. ‘24’란 숫자는 그의 울산 정착과 궤를 같이하고, 그의 박물관장직 수락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불교 제도권으로의 재진입’을 뜻하기 때문이다. 불교계 사정에 밝은 이들도 이번 일을 ‘뜻밖’이라며 놀라워 한다.
그의 박물관장직 임명 이면에는 눈여겨볼 대목이 적지 않다. ‘학예사’(3급) 자격을 갖춘 최초의 불교박물관장‘이라는 점이 특히 그렇다. 그의 주변에서는 이번 보임을 두고 ’통도사 불교문화 르네상스의 재개화‘를 알리는 상서로운 조짐이라며 매우 반기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박사는 불교학(동국대), 민속학(안동대), 조류생태학(경북대) 등 여러 학문에 조예가 깊고, 기독교에도 일가견이 있는 학구파이자 실천불자이기 때문이다. 한때는 타지 사찰의 불교박물관장직을 맡아 내공을 쌓은 적도 있다.
다만 그의 갑작스런 변화를 우려의 눈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이미 10년째에 접어든 태화강 조류(백로, 떼까마귀 등) 탐사활동을 당장 접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측근에서는 김 박사의 학문적 활동을 통도사의 실질적 임면권자(성파큰스님, 방장)가 허했기 때문에 그런 염려는 없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기대를 드러내 보인다. 사실 김 박사가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쪼개 쓰느냐에 따라 울산으로서는 ‘아까운 인재’를 잃을 수도 없지는 않다. 아무쪼록 ‘울산사랑’의 징표로 본적도 울산으로 옮긴 김 박사가 울산의 큰일도 계속 맡아주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