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UNIST ‘2차전지’ 빛바랜 청사진
세진·UNIST ‘2차전지’ 빛바랜 청사진
  • 정인준
  • 승인 2019.06.06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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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조재필 교수 소재분야 기술 상용화에 한계 ‘철수고려’
세진그룹 윤종국(왼쪽) 회장과 UNIST 조무제 총장이 UNIST 회의실에서 2차전지 소재 관련 기술이전 협약식을 개최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기술이전을 받은 세진그룹은 ‘실험실 기술의 한계’에 봉착해 사업을 철수할 지를 심각히 고민 하고 있다. 울산제일일보 자료사진
세진그룹 윤종국(왼쪽) 회장과 UNIST 조무제 총장이 UNIST 회의실에서 2차전지 소재 관련 기술이전 협약식을 개최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기술이전을 받은 세진그룹은 ‘실험실 기술의 한계’에 봉착해 사업을 철수할 지를 심각히 고민 하고 있다. 울산제일일보 자료사진

‘저렴한 가격에 세계 최고 품질, 향후 2년 내 매출 1천억원 달성.’

지난 2011년 3월 세진그룹이 미래 성장 사업으로 2차전지 소재분야에 진출하며 내놓은 청사진이었다.

이 청사진은 9년이 지난 지금 빛이 바랬다.

세진그룹은 2차전지 소재 분야를 맡고 있는 SJ신소재 철수를 검토 중이다.

당시 세진그룹은 UNIST 조재필 교수 연구팀으로부터 2차전지 소재 기술을 이전받고 64억원의 학교발전기금을 전달했다.

조재필 교수 연구팀은 2차전지 양극재와 음극재 소재 분야에서 일본산 제품보다 가격은 6분의1 정도, 수명은 3배 길고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했다.

이를 세진그룹 측이 인수해 상용화 하기로 했다. 세진그룹은 그룹 비전에서 5년내 기술을 상용화 하기로 하고, 2년내 매출 1천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UNIST 조재필 교수팀의 기술 로드맵 대로라면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획기적인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세진그룹은 2차전지 소재 개발을 자동차부품 제조 자회사인 세진이노텍에서 진행하다 진척이 없자 연구개발부서를 떼어내 2016년 에스제이(SJ)신소재를 설립했다. 2차전지 소재 개발을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달랐다.

세진이노텍은 2차전지 소재 첫 시작으로 양극활물질 개발을 선택했다.

양극활물질은 국내외에서 생산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가능성을 더 크게 봤다. 또 그만큼 조재필 교수팀의 역할에 기대하는 바도 컸다.

2차전지 양극활물질 개발은 2014년께 준양산에 성공했다.

그렇다고 성공이 판매로 이뤄지진 않았다.

마케팅을 위해 SJ신소재는 샘플소재를 국내 대기업, 중국, 일본 기업 등에 보내봤지만 ‘성능을 더 향상 시켜 달라’는 답변만을 받았다.

기술을 이전 받아 연구팀에서 ‘불철주야’ 개발에 매달렸지만 ‘연구실 기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업이 요구하는 한계치와 연구실 연구원이 생각하는 한계치에는 크나 큰 간극이 존재했다.

세진이노텍은 2014년 양극활물질에서 음극재 소재 개발로 전환했다.

UNIST 조재필 교수팀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세진이노텍은 다시 2년 가까이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2016년 에스제이신소재를 신설해 음극재 준양산에 성공했지만, 현재까지 샘플을 보낸 구매처에서 돌아오는 대답 역시 ‘성능을 향상시켜 달라’는 답변 뿐이다.

2016년 국회에서 신경민(더불어민주당) 의원은 “UNIST가 재현불가능한 기술을 중소기업에 팔아 중소기업을 고사위기로 몰아 넣었다”고 지적했다.

SJ신소재 관계자는 “당시에 신경민 의원의 지적은 과한감이 없지 않았고, 이를 통해 클라이언트들로부터 큰 타격을 입었다”며 “지금도 판매처를 찾기 위해 샘플소재를 국내 대기업, 중구, 일본 등에 보내 오더가 확정되면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UNIST 조재필 교수는 “기술이전과 사업화(상용화) 분야는 전혀 다른 분야로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이 사업화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UNIST는 에스제이신소재가 샘플링 제작 등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세진그룹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2차전지 소재사업 분야에 15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며 “예상과 달리 기술이전 사업화에서 난항을 겪고 있어 사업철수를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진그룹과 UNIST의 산학협력은 지역사회의 주목을 끌었던 사건이다. 기업은 미래 먹거리를 확보 하고, UNIST는 첫 기술이전 사업으로 홍보했다. 9년이 지난 지금 특허기술은 기업 연구실에서 맴돌고 있다. 세진그룹과 UNIST가 보여준 청사진도 희미해 지고 있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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