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경고’, 얼마나 잘 지키시나요?
‘안전 경고’, 얼마나 잘 지키시나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0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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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푸르른 만큼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더워지고 있다. 여름이 되면 여기저기에 안전사고가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어디서나 스마트폰에 푹 빠져있는 사람들 때문에 사고 위험성이 더욱 높아졌다.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경각심이 높아지는 것도 잠시뿐,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까맣게 잊고 다시 평상시처럼 생활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상시에 가지고 있는 안전의식과 안전습관이다.

그러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있어 최대 걸림돌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으나 단연 안전의식과 안전문화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국민들 스스로도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안전의식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잘 알고는 있으나 습관이 안 되어 생활 속에서 실천이 안 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만 안전습관이 몸에 배게 되어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일등주의에서 비롯된다. 그 하나밖에 없는 일등을 위해 맹목적으로 뛰고 달리고 야단들이다. 그래서 만족하지 못해 또 하나의 일등을 차지하려고 끊임없이 다툼에 나서는 것이다.

스스로 평상시에 생활 속에서 얼마나 안전의식을 잘 지키고 있는지 돌아보자. 사람 통행이 많은 지하철역이나 백화점과 같은 대형건물에는 어김없이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그 옆에는 ‘손잡이를 잡으세요’ 혹은 ‘뛰거나 걷지 마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쓰여 있으나 무용지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경고문을 아예 무시하는 평소의 습성 때문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손잡이를 잡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지렛대 삼아 에스컬레이터 위에 위태롭게 서 있기도 한다.

왜 그런가. 이는 에스컬레이터가 항상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경고 문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는 전기적 또는 기계적 원인으로 언제든지 정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역주행이 되거나 급정지가 발생할 때 손잡이를 잡지 않은 사람들이 차례로 넘어져 대규모 인명피해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대부분 손잡이를 잡지 않고 있다. 또 뭐가 그리 바쁜지 걸어 올라가느라 안전에 둔감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안전에 대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교육의 결과가 습관으로 이어져야 진정한 안전으로 이어진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안전의 기본이다. 안전은 이론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습관이 돼야 한다. 안전의 습관화는 평소 훈련으로 다져져야 가능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이다. 시민들이 나서서 위험하거나 불안해 보이는 시설에 대해 정부의 안전점검을 요구하고, 스스로도 위험을 예방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내 일이 아니라고, 우리 지역 일이 아니라고 피해가기보다 어디를 가더라도 조금이라도 위태로워 보이는 것에 대해선 신고와 함께 대책을 촉구해야 한다. 그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사람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이중적인 면을 보인다. 정부나 책임자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문책하지만 정작 자신의 집에서는 얼마나 안전에 신경을 쓰는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발코니 불법개조나 소방도로 불법주차, 가스밸브 잠금 여부 확인 등 본인의 안전에는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자. 이 같은 시민의식이 고취되려면 사회 구조와 시스템이 국민들 스스로 안전을 지향할 수 있게끔 갖춰져 있어야하는 게 중요하다. 무조건적인 안전 규제는 사고를 억제할 수는 있지만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속담처럼,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불조심 표어처럼, 안전에 있어서는 두들겨보고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안전의 주체는 우리 개개인임을 절대 잊지 말자.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이 “나부터, 나만이라도”로 바뀌는 안전의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때 비로소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사고가 날 때마다 불안감에 사로잡혀 남을 탓하기보다는 스스로 안전의식에 대한 문제가 없는지 냉철하게 돌아보자. 그래야 안전한 사회공동체가 될 수 있다.

박종훈 울산대 산업대학원 초빙교수 화학네트워크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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