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들의 보훈도 생각하자
민초들의 보훈도 생각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0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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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보훈의 달이다.

역사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행동지침이며, 미래를 만들어 가는 나침반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래의 또 다른 전쟁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전쟁의 역사를 학교에서 가르치고 충무공 전승와 백마고지 등 6·25전쟁 유적지를 기념공원으로 꾸며 국민들이 ‘나라 위해 개인을 희생한’ 분들의 정신과 행동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

현충일이 있는 보훈의 달도 몸 던져 나라를 지켜준 분들의 공훈을 현창하고 보답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앞으로 같은 상황이 되어도 그런 분들의 행동을 본받도록 하자고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 그런데 그 내용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전쟁은 군인들이 중심이 되어 치러지지만 나라의 국력도 중요하고 군인이 아닌 국민들의 참여가 매우 중요한 국민총력전이다. 전쟁의 지휘는 대통령이나 고급장교들이 하지만, 실제로 총칼로 적과 부딪쳐 죽어가며 나라를 지키는 사람은 현장의 병사들이고, 싸움의 승리는 많은 민간인들이 도와주어야 할 수 있다. 임진왜란 때도 군인이 아닌 어선을 내놓은 어부들과 산봉우리에서 강강수월래 춤을 춘 주민들이 전승에 기여했고, 행주산성 싸움에서는 행주치마로 돌을 날라준 여인들이 있었기에 산성을 지킬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지도자들의 잘못으로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관군이나 관료가 아니라 의병들이 나라를 지킨 사례가 많았다. 몽골과의 싸움에서는 승병 이승휴 등 의병들이 있어서 남한산성이 점령되지 않았고, 임진왜란 때도 지방마다 수많은 의병들이 일어나 열악한 무기로라도 잘 아는 지형을 이용해 왜군들을 못 견디게 만들었기에 물리칠 수 있었다. 그들은 나라의 부름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어난 순수한 민초들이었다. 그런데 과연 보훈의 달에 그런 민초들을 기리는 행사가 얼마나 되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교과서를 배우는 학생이나 전적지 관광객 대부분은 전쟁이 났을 때 군의 지휘관이나 병사로 참전할 사람이 아닌 민초들이다. 그런데도 교과서에는 을지문덕, 강감찬, 이순신과 같은 지휘관들의 공훈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그 때 쓰러져간 민초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아니 전혀 없다시피 하다. 전승지에도 전쟁영웅들의 이야기만 있을 뿐 그 전투에서 쓰러져간 병사나 도움을 준 민초들의 활동과 공로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

그러니, 학생이나 전쟁유적지 방문객들은 ‘아, 이 분들이 참 훌륭하게 잘 싸웠구나!’ 하는 것은 느낄 수 있지만,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때 자신들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는 배우지 못하고 만다. 뭔가 우리의 안보관, 보훈관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임진왜란과 충무공 이순신의 그림 같은 대첩들은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민족적 쾌거들이다. 그런데, 그때 배를 젓고 적과 몸으로 부딪치면서 조총에 맞거나 창에 찔려 피를 흘리며 죽음으로써 나라를 지킨 ‘젊은 그들’이나 자신의 생계수단인 어선을 두 말 없이 내놓은 어부들, 산 위에서 강강수월래를 하며 적을 교란시킨 그 여인들, 적에 대한 정보를 전하고 우리 군인들을 숨겨준 민간인들이 있었기에 그런 쾌거를 올릴 수 있었다는 사실은 잊기 쉽다.

교과서와 전쟁유적지에는 전쟁영웅들과 함께 그런 민초들의 영웅적인 행동을 찾아서 기술해야 한다. 그래야만 의병들을 비롯해 자발적으로 나서서 나라를 지킨,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민초들의 희생으로 지금 우리가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인이든 민초든 앞으로 언제 전쟁이 나더라도 모든 국민들이 스스로 그런 행동을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나갈 필요가 있다.

최소한 보훈의 달 만이라도 나라의 이름으로 그런 내용을 알리는 행사를 많이 거행했으면 한다. 그리하여 온 국민이 우리나라를 “내가 몸을 던져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박정학 역사학박사, 역사의병대 총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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