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하자”는 현대중 사측, 진정성 있나
“화합하자”는 현대중 사측, 진정성 있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0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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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민주-한국당의 강대강(强對强) 대치로 파행을 거듭하는 국회를 보는 느낌이다. 현대중공업은 일단 법인분할을 통한 한국조선해양의 출범이란 가시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완승을 거두었다고 장담할 처지는 못 된다. 노조가 ‘주총 원천무효 소송’을 벼르고 있고, 상견례 이후 멈춰버린 올해 임금협상을 기약하기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산 너머 산’, 첩첩산중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사측이 노조 측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한영석·가삼현 공동대표이사가 3일 담화문을 통해 “법인분할 과정에서 생긴 갈등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며 “화합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들은 또 “우리의 할일은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에서 승인을 받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라며 “당장의 이해득실만 따질 것이 아니라 열린 자세로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안 마련에 힘써 달라”고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노조의 반응은 냉담 일색인 것으로 보인다. 사측의 진정성이 의심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불신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해준다. 노조 측은 사측 제안을 한쪽 귀로 흘리면서 상급단체(금속노조 법률원)의 도움으로 소송을 제기할 태세다. 사측이 주총장 변경 사실을 제때에 충분히 알리지 않아 주주들이 제 시간에 찾아갈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맞불’ 성격의 소송 준비 소식도 들린다. 본관 진입 시도 등의 과정에서 사측 직원과 충돌, 조합원도 여럿 다쳤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앞서 사측은, 노조가 서울사무소와 울산본사 본관을 점거하고 파업을 강행하는 바람에 생산차질을 가져오고 회사직원들을 다치게 했다는 이유로 조합원 60여명을 상대로 법적조치를 먼저 취한 바 있다.

사측의 강경조치는 노조를 상대로 한 협상 과정에서 이른바 ‘히든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란 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끝이 안 보이는 강대강 대치는 생산차질뿐만 아니라 막대한 사회적비용까지 지불하게 만든다는 것은 굳이 구구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사측은 ‘당근과 채찍’이라는 기시감(旣視感) 짙은 대응전략을 구사하기보다 진정성 있는 자세와 대화로 노조를 끌어안는 것이 발 빠른 사태수습의 지름길이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동대표이사는 이날 “법인분할 후에도 어떠한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약속한다”고 했다.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안정 약속도 반드시 지키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노조와 회사 모두 미래를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노조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노조는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한 손에 움켜쥔 ‘고발 카드’가 못마땅해서일 수도 있다.

사측이 참으로 ‘화합’을 원하고 ‘배려’를 실천할 의지가 있다면 고소·고발 카드부터 ‘통 큰 자세로’ 접는 게 어떻겠는가. 사측이 그렇게 나온다면 노조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화합과 배려’의 카드를 스스로 꺼내들지도 모를 일이다. ‘궁구물박(窮寇勿迫)’이라 했다. 노조가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주는 것은 가장 지혜로운 수습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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