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고용불안 잠재울 카드 내놔야
현대중공업, 고용불안 잠재울 카드 내놔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02 2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주말, 한 차례 허리케인급 소용돌이가 울산바닥을 세차게 휩쓸고 지나갔다. 약자의 처지에서 남은 것은 분노와 허탈감, 자괴감과 적대감뿐일지 모른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하는 심경,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사실 합법의 이름으로 휘두르는 자본주의 논리 앞에서는 어떤 아우성도 들리지 않는 법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31일 울산대 체육관에서 기습적으로 진행된 법인분할 주총의 유·무효 논란으로 여러 날을 허송할 것이 틀림없다. 당장 3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었던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

더욱 안쓰러운 것은 노조 측의 지략이 사측의 그것을 능히 따라잡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러다가는 연전 구조조정을 강행했을 때처럼 일방적 피해자가 양산되는 쪽은 노조 측일 수밖에 없다. 현행 각종 법률은 우격다짐으로, 그것도 불법적으로 밀어붙이는 쪽의 손은 들어주지 않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약자의 처지에 놓인 노조 측이 냉철한 현실 인식 하에 최대한의 실리를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인이다. 노조 집행부는 전체 조합원의 복리증진 책임과 의무를 동시에 지는 탓이다.

지금 이 시점, 최대의 조합원 복리증진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고용을 100% 안정되게 보장받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우조선 노조 조합원들은 더 한층 그런 심경이겠지만, 그들을 강경투쟁으로 내몰고 있는 동인은 다름 아닌 ‘고용불안’이었고 나머지는 사족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지난달 31일 법인분할 주총이 끝난 직후 정천석 동구청장이 한 말이 있다. 그는 이번 사태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울산공장 노동자의 정리해고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실을 냉철히 분석한 바탕 위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었겠는가.

현대중공업 노조의 총파업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사태를 빠른 시일 안에 진정시킬 방법은 있고, 그 열쇠는 사측이 쥐고 있다. 사측은, 임시주총 이전의 약속처럼,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확실하게 보장해줄 의무가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국면 전환의 지름길이라 보기 때문이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