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대신 감성 지배하는 ‘한마음회관’
이성 대신 감성 지배하는 ‘한마음회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3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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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이성(理性)이 자취를 감추고 그 빈자리를 감성(感性)이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높은 가치의 공동체(共同體) 의식’이 설자리를 잃고 자본주의적 이윤극대화 논리가 판을 치고 있지만 누구 하나 그 부당성을 지적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다.

오직 체면치레용 눈도장 찍기에만 골몰할 뿐인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또 우리 사회에서, 말씀 한마디라도 귀담아듣고 싶은 ‘사회적 어른’을 눈을 닦고 보아도 찾아보기 힘든 세태 역시 상실감만 더 키워줄 뿐이다.

“그렇지 않아, 다소 과장된 표현이야”라고 우기려 들지 모른다. 그러나 조금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운명(運命)의 날’이나 ‘결전(決戰)의 날’이니 하는 선정적 수사로 덧씌워지고 있는,, 이른바 ‘법인분할’을 둘러싼 현대중공업의 주주총회만 해도 그렇다. 차분하고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민이라면 어느 누가 감히 ‘부동의’의 팻말을 들 수 있겠는가?

회사는 회사대로, 노조는 노조대로 제 목소리만 내겠다는 모습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흡사 마주보고 미친 속도로 달리는 열차 두 대의 막장 질주극이라도 보는 듯한 느낌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이 광기(狂氣)를 가시게 해 줄 위인이 울산 바닥에는 정녕 아무도 없다는 말인가.

종교지도자이든, 사회지도층인사이든, 유력정치인이든 아무도 ‘광야의 예언자’를 자임하는 이가 없다. 그러기에 ‘화해(和解)’ ‘화합(和合)’ ‘상생(相生)’의 지팡이를 쳐들었다가 내려치는 이도 없다. 올바른 성정의 시민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누군가가 나서서 이 답답한 매듭, 풀어주기를 바라겠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 엄두조차 아무도 못 내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위선(僞善)이 지배하기 때문인가?

31일 오전 10시에 쏘아 올릴 ‘법인분할 주총’의 공은 자칫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게 할 신호탄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때일수록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감성’이 아닌 ‘이성’의 몸짓이다. 노사(勞使) 모두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지혜를 울산시민들에게 보여줄 때가 왔다. 서로가 ‘피를 부르는’ 사태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한사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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