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로 고향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택지개발로 고향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 김보은
  • 승인 2019.05.2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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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다운지구 택지개발지 ‘모래골 이야기’ 발간LH·범서문화마당 작년 6월부터 마을기록 사업외사·다전마을, 유래·역사·지명·활동 등 수록
외사마을의 전통혼례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
외사마을의 전통혼례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

 

“65년을 살아오던 마을이 택지개발을 통해 신도시로 변모한다니 한편으로는 설레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섭니다. 팔순이 넘은 부모님을 볼 때마다 만감이 교차하는 이 마음은 웬일일까요? 신도시가 된 고향으로 빨리 돌아오고 싶습니다.”(책 ‘모래골 이야기’ 속 외사마을 조을제 이장의 인사말 일부)

예부터 모래가 많은 마을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 ‘모래골’.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서사리 외사마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척과천을 따라 경주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외사마을은 폐교된 서사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들꽃학습원이 있는 동네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수십년 혹은 수대에 걸쳐 살아오던 사람들이 살던 공간을 내어주고 떠나게 됐다. 외사마을과 중구 다운동 다전마을 일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는 ‘울산다운2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지구로 지정되면서다.

최근 발간한 서사·다운지구 택지개발 마을지 ‘모래골 이야기’는 택지개발로 사라질 마을의 이야기와 모습을 담았다.

모래골 애향비
모래골 애향비

 

사업시행자인 LH 울산광역사업단은 사업지구인 외사마을과 다전마을 주민대표들과 협약을 맺고 범서문화마당과 함께 지난해 6월부터 마을기록 작업을 진행했다.

책에는 ‘외사마을 이야기’, ‘다전마을 이야기’, ‘언론보도-10년의 기록’ 등이 280여쪽에 걸쳐 수록됐다. 마을의 유래, 역사, 지명, 마을 사람들의 활동 등이 주된 내용이다.

특히 지금은 쉽게 보기 힘든 역사의 기록들이 눈여겨 볼만 하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 4월 1일 개교해 현재는 들꽃학습원이 된 서사초등학교의 옛 모습, 구전으로 전해오던 모내기 노래, 전통혼례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 등이 실렸다.

“갈 데는 정했는교?”, “낯선데 가면 뭘 하고 살지”, “떠나면 자주 연락하고” 등 마을 경로당 할머니들의 이야기들을 그린 만화 ‘요즘 경로당에선...’을 비롯한 만화와 삽화들도 책의 흥밋거리들이다.

서사·다운지구 택지개발 마을지 ‘모래골 이야기’ 책 표지.
서사·다운지구 택지개발 마을지 ‘모래골 이야기’ 책 표지.

 

전체 집필을 맡은 범서문화마당 김봉재 대표는 “수백, 수천의 역사의 흐름 속에 사람의 길이 있고 그 길이 문화가 됐다. 마을을 떠난다는 것은 현재만이 아니라 과거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들과 그들이 만든 모든 이야기가 함께 떠난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울산다운2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은 LH가 2008년 4월 30일 울산시 중구 다운동, 울주군 범서읍 서사리와 척과리 일원 1천866천㎡에 1만3천779세대 건립 계획을 세우고 일대를 사업지구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오랜기간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하다가 2017년부터 사업이 재개돼 오는 2022년 6월 사업완료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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