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행위 상시제한’과 민주사회의 원동력
‘기부행위 상시제한’과 민주사회의 원동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29 2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경의 잠언에는 다음과 같은 말들이 있다. ‘뇌물은 요술방망이 같아서 어디에 쓰든 안 되는 일이 없다’, ‘은밀히 안기는 선물은 화를 가라앉히고 몰래 바치는 뇌물은 거센 분노를 사그라뜨린다.’ 또한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한 곳인 고대 이집트에서도 뇌물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뇌물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2019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뇌물의 뿌리는 완전히 뽑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올해 3월에 있었던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도 그랬다. 전국적으로 각종 기부행위 및 금품수수 등으로 고발이 193건, 수사의뢰가 20건, 경고가 504건이나 있었고, 울산에서도 고발 6건, 경고 6건으로 적지 않은 건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각종 공직선거에서도 ‘기부행위’라는 단어가 신문기사에서는 심심치 않게 나타나곤 하였다. 그렇다면 이 ‘기부행위’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공직선거법에서는 기부행위를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거 출마 예정자가 그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또는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에 대하여 무상으로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또한 이익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까지 기부행위의 범위에 포함시킨다. 이러한 기부행위는 기간에 상관없이 365일 상시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기부행위를 한 자는 현행법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되어 있다. 받는 사람 역시 제공받은 금품이나 음식물의 최저 10배 이상 최고 50배 이하에 상당하는 과태료가 최대 3천만원까지 부과된다.

하지만 성숙한 민주시민이라면 이렇게 무시무시하고 엄격한 법이 없더라도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법의 감시자가 되어 공정한 선거 과정에 앞장설 것이다.

이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은 암암리에 이웃 간의 정이라는 이름 아래 선물이나 기부행위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행위를 목격하였다면 ‘국번 없이’ 1390을 눌러 모두가 최고 5억원의 신고포상금도 받고 민주시민의 양심도 실천하길 바란다.

고려시대에 이름난 문장가였던 이규보의 ‘주뢰설(舟賂設)’에 나와 있는 이야기다. “크기도 같고 사공의 수, 배에 탄 사람의 수도 똑같은 두 척의 배가 동시에 출발했는데 한쪽의 배만 빨리 가고 다른 한쪽의 배는 느리게 갔다. 후에 이유를 물으니 빨리 가는 배는 뱃사공에게 술(뇌물)을 먹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규보는 당시의 시대상황을 그렇게 한탄하였다.

만약, 우리 모두가 성숙한 민주시민이라면 배를 빨리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뇌물이 아니라 나라와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을 보는 현명한 눈’과 ‘기부행위를 근절하려는 공정한 양심’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것이다.

박정환 울산 중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무관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