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롭게 시작한 ‘을지태극연습’
올해 새롭게 시작한 ‘을지태극연습’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2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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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청이나 구청, 동네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보면, ‘을지태극연습’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27일부터, 우리나라 전역에서 ‘2019 을지태극연습’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예전부터 ‘을지연습’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아도 ‘을지태극연습’이란 말은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번 훈련은 그동안 정부가 진행해오던 ‘을지연습’과 한국군이 단독으로 실시해오던 ‘태극연습’을 하나로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훈련이다. 5월 2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을지태극연습은 1·2부 연습으로 나누어진다. 1부는 국가위기 대응 연습으로 5월 27일부터 28일 오후 4시까지, 2부는 전시 대비 연습으로 28일 오후 4시부터 30일까지 실시된다.

이번 연습의 초점은 군사적 요인 외에도 대규모 재난, 테러를 포함한 포괄적 안보위협에 대처하는 국가위기 관리를 강화하는 데 두었다. 전국에 복합재난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를 가정하여 군인·경찰·소방기관과 정부의 모든 역량과 자산을 운용하여 극복 능력을 숙달시키는 매우 의미 있는 훈련이었다. 바로 이것이 안보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과거에 ‘안보(安保)’라 하면 정치색을 띠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필자가 강의현장에서 소통하다 보면 일반국민들이 안보를 바라보는 인식과 수준이 많이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국가를 군사적 공격과 위협으로부터 구하는 것이 안보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내 가족, 내 이웃, 내 직장을 사고로부터 예방하는 등 안전을 위한 모든 활동이 ‘생활 속 안보’라는 인식이 국민들 속에 깊이 뿌리내려 가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화재, 차량사고, 태풍, 지진과 같은 각종 재해를 예방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재난이 이미 발생했다면 그 규모에 따라 국가의 다양한 기능, 총체적 능력이 즉각 가동될 수 있도록 늘 준비하는 것도 더없이 중요하다. 국민의 안전과 자유, 행복을 보장하는 책무가 주어져 있기 때문으로, 이것도 안보의 목적 중 하나인 것이다.

이번 연습의 주요내용을 잠시 살펴보자. 먼저, 지진으로 전국에 복합재난 위기가 닥쳤다고 보고 정부기관은 지역방위 책임이 있는 군부대와 함께 재난대책본부와 위기대응조직을 운용하고 임무수행 매뉴얼을 적용하여 가용전력을 신속하게 투입한다. 이때 연습은 지역에서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상정하여 진행한다. 예를 들어, 경기도 파주의 디스플레이 산업단지에서는 지진으로 화학물질이 유출되는 상황을 가정하여 진행하고, 강원도 강릉에서는 고속열차의 터널 내 탈선사고가 발생하였다고 가정하여 진행한다. 특히, 파주지역 훈련에서는 지상작전사령부 드론봇전투단의 드론봇,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의 EOD(=폭발물 처리, explosive ordnance disposal) 정찰로봇도 참가한다.

우리 울산에서는, 울산공항에서 신원미상의 테러범이 김포행 항공기를 탈취하여 인질로 잡고 국외로 도주하려는 상황을 상정하여 훈련을 실시하였다. 1O개 유관기관 250여 명이 참여하였다니, 비교적 큰 규모로 훈련이 진행된 셈이다.

우리 울산에서 민·관·군·경 모두가 유기적으로 협조하여 위기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는 사실에 필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원자력발전소, 국가산업단지 등이 입지한 울산이 ‘대형사고 없는 안전한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이번 을지태극연습에서 기관별 담당자들이 원활한 소통으로 서로의 기능과 역할을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 그래야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가용한 방위요소들이 톱니바퀴가 맞물려 질서 있게 돌아가듯 서로 협력하면서 총력전 개념으로 미리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환 민방위 전문강사·예비역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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