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따다 가따 까타?”
“우따다 가따 까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2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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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기운’이 하나도 없을 때가 가끔 있다. 물론 제대로 먹지 않을 때다. 채소만 먹고 고기는 아예 건드리지 않았다. 혈관에 기름이 낀다고 해서다. 많은 의사들의 건강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기도 먹고, 야채도 먹고, 소주도 한잔 마시고, 무엇이든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최고의 건강법이라고 강조한다.

살다보면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도 허다히 있다. 다른 사람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를 주었을 때도, 건강하다지만 몸이 자주 피곤하고 신체가 허약해질 때도 있다. 그러면 모든 일에 의욕은 물론 ‘기운’도 조금도 없다. 그럴 때면 우리는 삶의 무욕증(無欲症)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침체가 지속되어 심각한 우울상태에 빠진다.

가까이에 곧 첫돌이 되는 갓난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있다. 일생일대 육아를 전념으로 생각해야할 고귀한 시기일 거다.

엄청난 출산의 시련을 겪고 1주일이 지나고 100일이 지나고 첫돌을 거치는 일련의 고된 과정은 정말 눈물겨울 지경이다. 개인의 사정에 따라 정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산모는 고난의 연속, 스트레스의 지속으로 심각한 산후 우울증을 겪게 된다.

새벽잠에서 깨어 3, 4시간 동안 울어대는 갓난아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갓난아이, 분명히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동안이라면 아기엄마는 밤새도록 한잠도 자지 못하는 패닉상태에 빠진다.

갓난아이에게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아 대처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픈 곳을 말할 수 있는 아이라면, 말을 걸어 서로 소통이라도 된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럴 때는 선대의 부모에게나, 아니면 선배 또는 동네 유아담당 의사에게 물어보아 해결할 수밖에 없다.

갓난아이가 울다 지쳐, 가까스로 울음을 그치니 애처롭기도 하고 가련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루 이틀이 지나 진정상태가 되어 약간의 원인을 제거하고 나면, 아이는 일순간 귀엽고 천사 같은 얼굴로 돌연 바뀌어버린다. 금세 환한 얼굴로 방실방실 웃어대는 모습을 보면, 엄마는 물론 주변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쉬며 평정의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특히 아기는 말은 못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신비로운 언어로 가족들에게 종종 말을 걸어온다. 마치 외계인들끼리 주고받는 언어표현같이 말이다. 지구인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아기의 엄마는 말할 것도 없이 가족들 모두 이심전심으로 통하게 된다.

최근 갓난아이 나의 손자 녀석도 다를 바 없다. “우따다 가따 까타?”라고 외계어로 물으면 나는 “우따다 가따 까타!”라고 맞장구 쳐준다. 손자와 할아버지 둘은 분명 소통되고 있음을 충분히 짐작한다. 비슷하게 “따다 따다 까타?”라 하면 손자 녀석도 똑같이 “따다 따다 까타?”라고 반응한다. 분명 무슨 의미인지 알면서 하는 외계어임에 틀림없다.

계속 외계어로 옹알거리면서 푹신한 이불 요에 드러누워, 양다리를 잡고 스트레칭을 하듯 좌우로 흔든다. 틀림없이 그는 새 생명체이며 인간이다. 한참을 꾸무럭대다 스르르 깊은 잠에 푹 빠진다.

갓난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첫돌아이를 옆에서 돌보는 가족들도 이 순간만큼은 즐거움과 희열, 그리고 한순간의 순수한 인간애를 흡족히 느끼는 것이다. 길고 험난한 고난의 과정으로 움츠러진 인체의 ‘기운’이, 급격히 ‘좋은 기분’으로 승화되는 찰나의 순간이다.

확실히 우리의 인생은 ‘기운’이 아니라 ‘기분’으로 사는가 보다. 원더풀! 원더풀! 정녕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삶이 아니고 무엇인가?

김원호 울산대 인문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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