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무단횡단’은 불행의 씨앗
‘고령층 무단횡단’은 불행의 씨앗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2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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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쯤이야’ ‘차 안 올 때 빨리’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되는 나이 드신 분들의 ‘무단횡단’은 어느 새 사망을 부르는 교통사고의 주요원인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한 지자체에서 1년간 시내에서 일어난 교통사망사고의 원인을 분석했더니 39.3%가 무단횡단 때문이었고, 사망자의 56.6%가 만 65세 이상의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나이 드신 분들이 길을 건너던 중 교통사고로, 그것도 자주 희생을 당하는 것은 몹시 안타까운 일이다.

고령층을 무단횡단의 유혹에 빠지게 만드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보행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욕심이다. 노화는 체력약화로 이어지기 쉽고, 참을성 있게 신호를 기다리는 일은 그래서 귀찮다. 이 때문에 ‘단거리 보행’에 대한 집착이 생기기 마련이고, 습관성 무단횡단 비율도 그래서 높아진다. 또 고령에 접어들면 차량의 속도에 대한 직감이 떨어지고, 걸음걸이가 느려지며, 반사신경이 둔해진다. 고령층의 무단횡단 교통사고가 20~50대의 그것보다 2~3배 더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바깥활동이 겨울보다 많아지면서 무단횡단 횟수도 덩달아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밤늦은 시간이 되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간선도로를 무단으로 건너거나 일반도로 옆의 육교를 못 본 척하고 무단으로 건너는 고령층의 모습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술에 취한 상태의 무단횡단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위험하다. 반사신경이 훨씬 무뎌져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밤늦게 검은색 옷차림으로 무단횡단을 하는 고령층이 시야에 잘 잡히지 않아서 대형 인명사고를 일으키기가 쉽다.

고령층의 무단횡단을 막는 데는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다. 교통신호를 위반하고 무단횡단을 하는 나이 드신 분을 보고 단속에 나섰다가는 도로 호통을 당하는 일이 많은 게 요즘 현실이다. “왜 나만 잡나?” “나는 몸이 안 좋아서 육교로 올라갈 수도 없어.” “너는 부모도 없냐?” 하는 식의 반응이 대부분이다. 무단횡단으로 사고가 나면 가족도 불행해진다는 것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고령층의 무단횡단 교통사고에 대한 최근의 법원 판례를 잠시 살펴보자. 운전자가 무단횡단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운전자가 무죄 판결을 받는 일이 점차 늘고 있다. ‘고령층의 무단횡단 교통사고는 그 책임이 보행자에게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이 드신 분들도 한 번쯤 가슴에 새겼으면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고령층의 무단행단 교통사고를 미리 막을 수는 없을까? 대답은 “있다”이다.

첫째, 보행자 무단횡단 교통사고 다발 지역을 ‘보행안전지대’로 조성하는 것이다. 신호주기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처럼 더 많은 관심과 주의가 요구된다.

둘째, 무단횡단은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단속’보다 ‘계도’를 강화하여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유관기관과 손잡고 무단횡단 다발 지역에서 교통안전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셋째, 고령층의 무단횡단이 사고로 이어지면 사망 확률이 매우 높은 만큼, 노인복지시설과 경로당을 찾아가 최근의 사례도 설명해가며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일깨워주는 교육·홍보의 강화가 절실하다.

이처럼 강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조금이라도 더 노력한다면 고령층의 무단횡단 교통사고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가 있다. 나이 드신 분들도 나 하나의 조심성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의 행복과도 직결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렸으면 한다.

강중철 울산동부경찰서 방어진지구대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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