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이 연구소는 지난달 18일 열린 첫 회의에서 울산영화제의 콘셉트로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 영화제’를 제시했었다. 그러나 매년 10월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전국 영화제 대부분이 대중성·흥행성이 떨어진다는 자문위원들의 지적이 적지 않았다. 연구소가 외국에서 ‘성공한 영화제’로 평가받는 두 영화제를 새로운 모델로 제시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연구소는 영화·음악·게임을 아우르는 복합문화축제로 매년 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SXSW’를 모델로 삼는다면 울산영화제가 기존의 다양한 축제들을 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음을 부각시켰다. 구체적으로 태화강지방정원을 중심축으로 영화 상영은 물론 기존의 행사나 공연·전시까지 한데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또 매년 봄 뉴욕에서 열리는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최첨단 미디어기술을 적극 수용하면서 화제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가상·증강·혼합현실 등 최신의 몰입형 미디어 섹션을 전면에 내세우면 ‘산업도시 울산’의 이미지도 한층 드높일 수 있다고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 특히 주목받은 모델은 ‘SXSW’였다고 들린다. 태화강을 중심으로 열리는 각종 행사와 중구 성남동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를 SXSW 방식으로 결합한다면 젊은 층을 적극 공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영화제 본연의 정체성이 퇴색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던 만큼 유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영화제도 축제’라는 사실은 매년 10월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보면 체감할 수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이 영화제를 성공축제로 이끈 원동력이 젊은 층의 대대적인 참여라는 사실이다. 영화를 매개로 외국의 젊은 층까지 몰려들면서 축제의 묘미가 더해진 덕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울산영화제의 방향을 젊은 층을 겨냥해 튼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울산에서도 해마다 많은 축제가 열리지만 젊음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축제는 사실 찾아보기가 힘들다. 울산시가 최근 각종 축제의 통합·조정 작업을 통해 지역 대표축제 발굴에 나서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26일 새벽에는 프랑스 칸에서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수상했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천만 관객’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도 이제 어엿한 ‘영화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된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린 쾌거였다. 아무쪼록 울산만의 차별화된 영화축제-울산국제영화제가 지구촌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