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24시간 운영 정신병원 ‘태부족’
울산, 24시간 운영 정신병원 ‘태부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2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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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사건 월 10~15회
지정병원 중 2곳만 24시간 운영
병원 “시설·비용 등 문제로 고충”
市 “긴급이송체계 구축 지원 중”
남부경찰서 삼산지구대는 지난달 9일 오후 10시께 남구 삼산 시외버스터미널 앞 편의점에서 “나는 평양에서 왔다”며 창문을 두드리고 편의점 직원을 계속 쳐다보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한 조현병 환자 A(55)씨를 붙잡았다. 그러나 남구 지정병원이 오후 10시에 문을 닫아 결국 울주군의 24시간 운영 정신병원으로 가야만 했다. 심지어 지구대 내 순찰차량이 2대밖에 없다보니 사설구급차를 이용해 응급입원 조치했다.

중부경찰서 학성지구대는 지난달 30일 오후 7시께 중구 학성동 자택에서 여동생에게 자살하겠다는 문자를 넣고 어머니에게 욕설·폭행한 조현병 환자 B(50·여)씨를 붙잡았다. 119구급대와 함께 출동한 경찰은 B씨를 진정시키고 병원으로 가려 했지만 중구 지정병원은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해 울주군의 24시간 운영 정신병원에 가서야 응급입원 조치를 할 수 있었다.

최근 전국적으로 조현병 환자들의 강력사건이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울산에서도 월 10~15회 조현병 환자 관련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24시간 이들을 대응할 병원이 모자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현재 울산에 등록된 조현병 환자는 299명, 가족이나 본인의 거부로 인한 미등록자까지 더해지면 그 수는 10배 이상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정병원의 경우 남구 2곳, 중구 1곳, 동구 1곳, 울주군 4곳 등 총 8개의 병원이 지정돼 있으나, 이 중 24시간 운영하는 지정병원은 울주군 세광병원과 울산대 응급진료협력병원 2곳이 유일하다. 그마저도 동구의 울산대병원은 응급센터로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 경찰들은 야간에 조현병 환자 사건이 발생하면 대부분 울주군 세광병원을 찾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고충을 토로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현병 환자 관련 사고는 야간에 많이 일어나는데 남구에는 24시간 운영하는 지정병원이 없다”며 “동구 지정병원은 응급센터라서 정신질환자는 위급상황 정도에 밀리기 때문에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많다. 심지어 환자의 난동을 진압하고 진정시키고 병원 가서 진단받고 입원시키기까지 25시간 걸린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24시간 운영하는 지정병원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정병원에서는 시설과 비용 등 문제에 조현병 환자 통제도 어려워 현실적으로 운영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지정병원 관계자는 “행동조절이 안 되는 조현병 환자가 야간에 들어오면 기존 환자들의 불만이 많고, 안정실 등 시설 면에서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더 늘리려고 해도 정신건강복지법에 정신의료병원의 시설규모제한법을 두고 있기 때문에 300병상 이상 늘리지 못 한다”고 말했다.

또 “의사들을 2교대로 24시간 운영하려면 인건비가 엄청나다”면서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울산시는 수요와 비용 문제 등으로 야간 병원 운영이 힘들며, 올해 초부터 긴급이송체계 구축해 지원 중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조현병 관련 사고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야간 병원 수요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비용면에서도 구군마다 24시간체제를 가동하기가 힘들다”며 “지난 1월부터 신규시책으로 긴급이송체계를 만들어 경찰이 먼 거리의 병원을 가야할 경우 사설업체 3곳을 통해 구급차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구군별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두고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사건 발생 시 경찰과 지정 병원을 연계하고 있다”며 “야간에는 상담 중심의 광역정신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원경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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