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학교폭력…‘기프티콘 셔틀’과 ‘카톡 감옥’
진화하는 학교폭력…‘기프티콘 셔틀’과 ‘카톡 감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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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북 제천 여고생 투신사건의 원인이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으로 밝혀지면서 사회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사이버불링이란,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욕, 비방, 따돌림, 협박과 같은 행위를 가리킨다. 가상공간을 뜻하는 ‘Cyber’와 약자를 괴롭힌다는 뜻의 ‘Bullying’이 합쳐져 만들어진 용어로,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끈질기게 괴롭히는 특징을 보인다.

2018년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경험한 5만 명의 초·중·고생 가운데 10.8%가 사이버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신체폭행을 당했다고 응답한 10%보다 높은 수치로, 학교폭력의 상당수가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이버불링은 웹사이트나 SNS, 카카오톡,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이용해 사이버공간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앱 메신저를 통해 단체대화방으로 초대한 뒤 한꺼번에 퇴장하는 ‘방폭’, 피해자를 자극한 후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는 ‘플레이밍’, 사이버스토킹, 사이버성폭력, 안티카페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사이버불링의 유형이 더욱 교묘하게 진화되고 있다. 친구의 데이터를 빼앗아 쓰는 ‘와이파이(Wifi) 셔틀’, 단체방에서 욕설 따위를 퍼부어 방을 나가고 나면 다시 초대해서 괴롭히는 ‘카톡 감옥’, 기프티콘 결제를 강요하는 ‘기프티콘·이모티콘 셔틀’과 같은 신종 사이버불링이 생겨나고 있다.

사이버불링은 은밀한 공간에서 벌어지다 보니 피해사실을 주변에서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누군가의 아이가 사이버불링 피해를 경험했을 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몇 가지 징후를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첫 번째, 휴대폰 알림이 울리면 안절부절 못하며 휴대폰 메시지를 아예 확인하지 않거나, 정반대로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두 번째, 휴대폰 데이터 사용량이 많아지고 소액결제를 많이 해서 휴대폰요금이 전보다 많이 나온다. 세 번째, 이유 없이 학교 가기를 거부하거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해 성적이 갑자기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때 보호자들은 우리 아이가 사이버불링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만약 아이가 사이버불링 피해를 당했다면 피해내용을 모두 캡처해서 증거물로 남겨두고, 상대방의 IP주소나 ID를 수집해두는 것도 좋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 어플 117’을 이용해 신고하거나 ‘학생고충상담전화(1588-7179)’, ‘청소년긴급전화(1388)’, ‘학교폭력SOS지원단(1588-9128)’으로 연락해서 도움을 청하도록 하자.

점점 더 잔혹하게 진화하는 학교폭력은 대부분 음지에서 이루어져 관심을 갖지 않으면 발견할 수가 없다. 아직 채 피지도 못한 꽃들이 허무하게 시들지 않도록 우리 모두 방관자가 아닌 중재자로서 상황에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우리 아이들이 어둠 속에서 홀로 고통 받는 일이 없도록 사회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기울일 때다.

박희준 울산남부경찰서 무거지구대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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