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발파공사 탓에 난초 고사했다면 배상해야”
울산지법 “발파공사 탓에 난초 고사했다면 배상해야”
  • 강은정
  • 승인 2019.05.1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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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진동 기준치 초과일 근거로 공사업체 70% 책임 인정… 21억 지급 판결

소음, 진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난(蘭) 재배농원 인근에서 발파작업으로 인해 난 1만4천여촉이 말라죽거나 생육이 부진하다면 공사업체에 책임이 있을까.

법원은 소음과 진동 기준치를 초과한 날을 근거로 공사업체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난 재배, 판매자 15명은 울산시 남구 두왕동에서 난 농원을 운영하며 판매하고 있다.

난초는 종류별로 1촉 가격이 5만~1천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고가일수록 온도, 습도, 진동, 소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런 탓에 난 재배시 최적의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 2015년 3월께 이들 농원이 위치한 곳에서 평균 350m 떨어진 곳에서 울산도시공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시행하는 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토목공사를 하게 된 A업체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264일동안 발파작업을 했다.

소음과 진동이 계속되자 난이 죽기 시작했다. 생육도 부진해졌다.

원고 15명은 발파진동 허용기준, 건설 소음, 진동 탓에 난들이 죽었다며 A공사업체는 물론 사업시행자인 울산도시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을 상대로 피해 금액 31억1천8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사업시행자와 공사업체는 반발했다. A업체는 “발파작업은 농원과 평균 354m 떨어진 곳에서 이뤄졌고, 문화재와 같은 예민한 구조물에 적용되는 진동속도를 준수하는 등 규정에 따라 공사를 진행했다”며 “발파공사가 난에 피해를 입혔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업시행자인 울산도시공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 역시 “소음, 진동이 난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A공사업체에 토목공사를 맡긴 것이고 발파 작업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경정책기본법상 ‘원인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울산지법 민사11부(정효채 부장판사)는 난 재배·판매자 15명이 A토목공사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1억8천3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선 발파작업시 허용된 기준을 어겼는지 살펴봤다.

생물과 연관된 항목을 고려해 소음, 진동 규제를 적용하면 소음도 허용치 초과 84일, 진동도 허용치 초과 103일, 진동속도 허용치 초과 198일 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허용치를 초과한 날이 많았으므로 일정부분 난 생육에 지장을 줬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진동으로 난이 흔들리며 미세한 뿌리털과 뿌리 끝부분에 있는 생장점이 자갈 사이에서 끊기거나 짓이겨질 수 있다”며 “원고들은 철제 테이블 위에 철사로 만든 화분걸이를 두고 난을 재배했는데, 이는 진동에 매우 취약하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발파작업은 난이 고사하고 생장이 멈춘 피해를 입은 것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인다”며 A업체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농원과 공사현장 사이 거리가 81~736m로 다양하고, 실제 소음, 진동 수준, 농원 운영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A업체의 책임을 70%로 봤다.

울산도시공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공사 시행에 구체적으로 지휘, 감독을 하거나 현장을 현실적, 경제적으로 지배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다고 봤다. 또한 조성사업의 공동사업시행자라는 이유만으로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른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원인자로 볼 수 없다고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A공사업체와 울산도시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은 항소했다.

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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