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도심 속 오지에 갤러리 문연다
울산, 도심 속 오지에 갤러리 문연다
  • 김보은
  • 승인 2019.05.1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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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북구 시례동 ‘덕산 갤러리’ 오픈
공사 시작 땐 마을어른들 낯설어 했지만
예술가 가족에 호감보이며 시골인심 듬뿍
24시간 운영 무인갤러리·경로당 강의 목표
다음달 1일 울산시 북구 시례동 창좌마을에서 ‘덕산 갤러리’의 문을 여는 김해연(오른쪽)·박은주 부부.
다음달 1일 울산시 북구 시례동 창좌마을에서 ‘덕산 갤러리’의 문을 여는 김해연(오른쪽)·박은주 부부.

 

울산시 북구 시례동에 있는 창좌마을은 ‘도심 속 오지’라고 알려져 있다. 어르신들만 있던 이 마을에 최근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30여 가구의 작지만 젊은 마을로 탈바꿈 중이다.

다음달 1일에는 ‘덕산 갤러리’란 이름의 가족갤러리가 문을 열어 작은 마을에 활기를 더한다.

지난 12일 찾아간 덕산 갤러리(북구 창좌길 34)는 오픈을 20여일 앞두고 전시장과 주변경관을 마무리 정비하는 중이었다. 갤러리는 구 시례회관이 있던 자리에 있다. 바로 옆에 새 건물을 지어 마을회관이 이사를 가면서 빈 건물을 활용해 갤러리로 만든 것이다.

이날 만난 덕산 김해연(56) 작가는 정겨운 시골 인심으로 자신과 가족들을 받아준 마을 주민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했다.

“4개월 전 처음 공사에 들어갔을 때 마을주민들이 경계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근데 갤러리 주변에 벽화를 그려놓자 마을 분위기가 밝아졌어요. 이제는 채소를 사지 않고도 배터지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시골의 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 작가에게 이렇게 빨리 마을에 융화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가족’을 꼽았다. 마을 주민들은 가족 구성원 모두 예술 활동을 하는 그의 가족을 특별하다고 여겼다.

김해연 작가는 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서각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국토해양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대상전 추천작가로 이름을 올렸으며 다수의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을 지녔다.

아내 묘림 박은주 작가도 불화와 민화로 국토해양환경미술대전, 울산미술대전 등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부모의 영향을 받아 큰딸 김혜정씨도 민화를 업으로 삼고 있고 작은딸인 김민지씨는 현재 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있다.

각자 분야는 다르지만 서로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조언자가 되고 있다. 2차례에 걸쳐 함께 가족전을 개최했고 4년 전부터는 대학생인 작은딸을 제외한 세 명이 나란히 울산미술대전에도 참가하고 있다.

그는 “서각을 하다 보니 색에 약한 부분이 있어 종종 가족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가족이라 더 날카로운 평가를 내리는 데 특히 큰딸의 평가가 매섭다”고 귀띔했다.

갤러리가 오픈되면 전시장은 가족들의 작품 15~20점으로 채워진다. 전시뿐만 아니라 오픈 당일에는 한바탕 마을잔치도 벌인다.

사노라면 예술단, 태화강 예술단, 전통무용 연구소 아라, 울산 직장인 밴드 동호회 등이 총출동해 오전 10시부터 온 마을이 떠들썩하게 잔치 분위기를 낸다. 시례동 청년회, 시례동 부녀회도 팔 걷어붙이고 나선다.

이제 막 시작단계 선 덕산 갤러리. 김해연 작가가 구상하는 덕산 갤러리의 모습은 어떠할까. 그는 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갤러리, 마을 주민과 어우러지는 갤러리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24시간 문을 여는 무인 갤러리로 운영하고 싶어요. 전시장 옆에는 차실도 뒀습니다. 누구든 즐겁고 편하게 오갈 수 있는 갤러리가 목표입니다. 마을 경로당 어르신을 대상으로 그림, 서각 강의도 진행해 올해 안에 이분들의 작품으로 전시를 열고 싶습니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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