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교향곡과 드라마교육
종이교향곡과 드라마교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1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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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폴란드 대통령 레흐 바웬사. 그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던 조선소 노동자에서 폴란드의 대통령이 되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그는 책 한 권 읽어본 적 없지만 지식인들이 5시간 동안 논쟁해 내린 결론이 내가 5초 만에 내린 것과 다를 게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탁상 이론 공부 보다는 현장에서 가슴으로 부딪히면서 느끼는 생생한 살아있는 지식을 강조했다.

부모의 경제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모든 시민은 평등함을 교육하는 핀란드. 핀란드의 학교는 학생들에게 현재와 미래의 학습에 필요한 역량을 가르치고 다차원적 사회에서 함께 배우는 기쁨을 맛보게 해준다. 교실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현장에서 접목되어 사회를 이해하고 성숙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는 핀란드의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종이교향곡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핀란드 교실을 들여다보자. 종이교향곡은 여러 다른 형태의 재질을 가진 종이가 내는 소리를 발견하여 새로운 사운드를 만드는 창작곡을 말한다. 종이로 만들어진 티슈, 골판지, 포장지, 기름종이, 습자지, 마분지, 하드보드들이 소리의 멋진 재료가 된다. 학생들은 종이를 다루는 기술을 배워 샘플을 녹음하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음향 사운드를 만드는 방법도 익힌다. 편집과정에서 소리의 순서를 정하고 음질을 높이고 리듬을 조율한다. 이 과정에 참여한 모든 학생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종이 사운드가 종이교향곡에서 조화롭게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며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인다. 비록 종이가 내는 소리이지만 개성을 가진 종이들의 다양한 소리가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수 있도록 학생들은 협업과 조정을 반복해 한층 더 나은 결과물을 창조해 낸다. 이러한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서로의 다른 생각이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것이다.

드라마수업을 하는 또 다른 핀란드 교실은 어떨까? 드라마교육은 드라마와 연극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수업이다. 학생들은 각자 드라마 속 자신의 배역을 분석하고 고민하면서 자아를 형성해 간다. 상대배역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대화의 기법과 협상의 기술을 향상시킨다. 몸짓, 표정, 말의 높낮이와 내면의 감정 표현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드라마 학습과정 속에 창조성이 묻어난다. 드라마교육은 학생들이 인물과 같은 상황과 경험을 직면해 봄으로써 현실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탐구력과 문제해결력을 높여준다. 학교는 작은 사회이다. 학생들은 드라마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협상하는 법을 터득하면서 더 큰 사회의 시민이 되는 자질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민주시민을 키우는 핀란드 교육은 학교 밖 사회 현장에서 꼭 필요한 역량들을 학교 안에서 가르침으로써 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울산교육청은 올해 처음으로 학생참여 예산제를 도입했다. 학교자치회의 회장단을 대상으로 예산연수를 제공하여 학생들의 참여기회를 확대했다. 또한 학생대표 학교운영위원회 참여제를 시행하여 학생들의 자발적 학교 참여를 토대로 한 민주적 학교자치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학생의 눈으로 바라본 학교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작은 시민들의 작은 외침에 귀기울여보는 오월이길 소망해 본다.

양소빈 울산 달천중학교 행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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