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배우며 새로 시작한 걸음마
역사를 배우며 새로 시작한 걸음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1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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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원에서 일했던 간호사다. 결혼 후 육아 문제로 병원을 그만두었다. 2008년, 중구보건소에서 기간제로 방문간호사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병원이 아닌 곳에서 나의 전공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10개월 근무 조건이어서 일의 연속성이 자주 끊기곤 했다.

북구·남구·울주군 보건소에서도 방문간호사로서 취약계층 분들을 만나는 동안 나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만족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뜻밖의 일이 나에게 찾아왔다. ‘기간제’가 아닌 ‘임기제’로 중구보건소에 채용되면서 ‘공무원’이라는 수식어가 나에게 붙여진 것이다. 처음에는 10개월마다 직장을 옮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공무원증을 받아들었다.

임기제 공무원이 되어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4월 어느 봄날, 또 다른 변화가 나를 찾아왔다.

나이 40년을 넘기면서 장시간 걸어 다니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학창시절 소풍을 제외하고 그런 적은 거의 없었다. 여행을 가더라도 관광이 아닌 휴식에 초점을 맞추는 나이가 아닌가. 그런데 4월 10일부터 13일까지 새내기 공무원들이 참여하는 ‘울산중구 바로알기’ 교육이 도보로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놀랐다. 내가 왜 지금 이 나이에 걸으며 교육을 받아야 하고, 또 그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하고 싶었다.

하지만 3일간의 교육은 너무 알차고 뜻깊었고 만족스러웠다. 이런 기회를 주신 분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전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항상 보건소 직원들만 보고 지내다가 중구청, 그리고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분들과 같은 조를 이루어 사흘간 같이 다니면서 얻은 것이 참 많았다. 보건소가 아닌 다른 데서 근무하는 분들의 근황도 알 수 있었고 민원인을 응대할 때 마주치는 어렵고 힘든 일에 대한 이야기도 서로 나누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되어 참으로 뜻깊은 자리였다.

집결장소는 ‘약사동 제방 유적전시장’이었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막상 택시를 잡았지만 기사분도 위치를 모른다고 했다. 아! 이참에 우리 중구 유적지의 위치만이라도 알아두자고 다짐했다. 첫날의 배수장 방문은 신선한 체험이었다. 배수장 안도 신기했지만, 우리 주위 곳곳에 공무원들의 손길이 미치고 있구나! 우리가 아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것도 그분들의 덕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더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새로운 지식을 한 가지라도 더 많이 얻어가는 기회로 삼자는 생각으로 사흘을 보냈다. 갈수록 진지해지는 나 자신에 스스로 놀랐고, 나도 남들처럼 잘 걸어 다닐 수 있는 체력을 지닌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되도 했다. 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 청소년문화의집, 중구도서관 예정지를 차례로 둘러보면서 내가 일하는 치매안심센터 업무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지 하는 아이디어도 떠올리게 되었다.

학성공원과 여러 유적지를 둘러보며 묻혀있던 역사적 사실들을 새로 알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도 있었다. 유적지마다 배치된 해설자들의 도움도 참 유익했다. 구청장님과 고복수길, 십리대밭, 태화시장, 울산큰애기하우스도 돌아보며 미션 수행을 함께한 것은 새내기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나 다름없었다.

이번 교육은 종아리에 파스를 여러 장 갈아 붙이는 ‘파스 투혼’의 연속이었다. 같은 조원이나 다른 새내기 공무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 교육이기도 했다. 새로 시작하는 길에 유용한 정보를 가득 안겨준 교육담당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 교육기간에 쌓인 경험들은 앞으로의 공직생활에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멋지고 훌륭한 중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공직자가 되리라 거듭 다짐해 본다. 혁신중구 파이팅!

이미경 울산중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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