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교권, 특단의 대책 마련해야
땅에 떨어진 교권, 특단의 대책 마련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1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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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스승의 자리는 어렵고 힘들다. 오죽했으면 ‘초학 훈장의 x은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이 다 생겨났겠는가. 그 고난의 짐은 시대가 바뀌어도 가벼워지지 않고, 교육자들은 그 무게감에 짓눌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예전 같으면 교권(敎權)이라도 확고했지만 지금은 그마저 엷어져 ‘선생님의 그림자’는 무수히 짓밟히다 못해 흔적이 지워진 지 오래다.

그러한 시류를 실증하듯 제38회 스승의 날(5.15)을 앞두고 의미 있는 조사결과가 나와 교육가족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조사는 국내 최대의 교원단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최근(4.29~5.6) 전국 유·초·중·고교와 대학의 교원 5천49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그만큼 신뢰도가 높다. (조사결과의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1.32%포인트였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교원들의 사기’에 관한 것으로, 교원 사기의 높고 낮음은 교권의 그것과 맞물려 있기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교원들의 사기가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했느냐’는 질문에 응답한 교원의 87.4%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10명에 9명꼴이니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10년 전(2009년) 같은 문항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떨어졌다’고 답한 비율 55.3%와 비교하면 10년 새 32%포인트나 늘었다. 교원들의 사기와 교권이 그만큼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는 얘기다. 교총은 사기가 떨어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1년 79.5%, 2015년 75.0%보다도 높은 ‘역대 최고치’라며 ‘특단의 대책’을 정부에 주문했다.

‘사기 저하, 교권 하락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로는 50.8%가 ‘학생 생활지도 기피, 관심 저하’를 손꼽았고 ‘학교발전 저해, 교육불신 심화’(22.9%), ‘헌신·협력하는 교직문화 약화’(13.2%)가 그 뒤를 이었다. ‘최근 교원 명예퇴직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를 묻는 질문에서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이라고 답합 비율이 89.4%로 가장 높았고,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도 73.0%를 차지했다. 이와 맥을 같이하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학교현장에서 교권이 잘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65.3%가 ‘별로 그렇지 않다’거나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보호가 잘 되고 있다’는 응답은 10.4%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로 미루어 ‘사기 저하’, ‘교권 하락’이 교육열기의 냉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흔들릴 수 없는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그렇다면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복수응답에서 교원들은 ‘교권 확립’(69.3%) 쪽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사회적 요구의 무분별한 학교역할 부과 차단’(48.4%), ‘정치·이념에 따른 잦은 정책변경 지양’(23.3%)은 그보다 낮았다. 교총은 결론적으로 “교원들의 사기와 교권이 ‘저하’를 넘어 ‘추락’했다”면서 “학생 지도와 학교 업무에 대한 무관심, 냉소주의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표본 크기가 5천명을 넘는 교총 조사의 신뢰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따라서 교총의 견해에는 허튼 주장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본다. 교원들이 교직을 천직으로 삼고 자긍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슬기로운 교권 보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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