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장기요양제도를 아시나요?
노인 장기요양제도를 아시나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0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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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막 찾아온 듯한데 절기상으론 벌써 입하가 지났다. 초록보조개로 탈바꿈하는 산과 너른 들녘을 지나 성큼성큼 봄이 다가왔다. 등 뒤로 쏟아지는 따사로운 햇살이 목덜미를 감싸고 대지로 뻗어나가 겨울의 찬바람을 저 언덕 너머로 밀어냈다. 하지만 자연은 따스한 계절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그렇게 놀랍지는 않은가보다. 어느덧 봄은 나의 마음에도 아주 조심스럽게 스며든다.

2002년 어느 봄날 울산으로 이사를 왔다. “꿈은 이루어진다”며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을 대한민국에서 개최한 그 해다. 울산에서 자리를 잡자마자 사회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노동부 일자리창출사업 중 하나인 모델발굴형 재가노인센터가 문을 열면서 센터장을 맡게 된다. 차츰차츰 사회공헌활동의 경험을 쌓으면서 노인사업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09년에는 조그만 법인을 만들어 10년째 재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돌아보면 초창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인 장기요양보험이 무엇인지 잘 몰라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재가센터를 운영하며 어르신들이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 훗날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접어들면 꼭 필요한 제도라는 확신도 가지게 되었다. 최근 평균수명의 연장, 자녀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보육 및 교육 문제 등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져 인구구조의 급속한 고령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울산에서도 베이비붐 세대가 속속 은퇴하고 있다. 젊은 시절을 온통 부양가족과 조국을 위해 헌신한 어르신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한 노후를 보내게 할 수 있을까.

아직도 노인 장기요양 제도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 제도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착한 제도다. 또 그럼으로써 노후의 건강증진과 생활안정을 돕고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어 삶의 질이 나아지도록 지원하는 사회보험제도다.

이 서비스를 받으려면 장기요양 등급 신청을 해야 한다. 자격은 만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만65세 미만이지만 치매나 파킨슨병·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중 6개월 이상 혼자서 일상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워 꾸준한 요양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주어진다. 등급 신청 방법은 공단을 방문하거나 관련 서류를 우편 또는 팩스로 보내거나 인터넷에서 신청할 수도 있다. 장기요양 등급이 나오면 재가노인시설과 계약서를 작성하여 요양보호사를 집으로 부를 수도 있고, 요양원이나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면 가족 모두가 좀 더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벌써 십 년이란 세월의 물결 속으로 많은 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돌봐드리던 가족요양보호사가 안타깝게 4등급을 받게 되자 나를 찾아왔던 그분의 딸. 5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아와 돌보아주는 요양보호사에게 전 재산을 물려준 어떤 할아버지. 멀리 있는 친자식보다 매일 찾아와 정성껏 돌봐주는 요양보호사가 더 살가운 내 자식이라던 할아버지가 모두 그런 분들이다. 때론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슬픈 일을 겪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많은 교훈과 값진 경험을 얻고 있다.

고령화의 진전에 따른 핵가족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하면서 종래 가족의 부담으로만 인식되던 장기요양 문제가 이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가계의 부담에 머물지 않는 시대가 찾아왔다. 이런 때일수록 노인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필자도 점점 나이가 들면서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부모님을 매일 돌봐드리진 못해도, 주위에 계신 어르신에게 내 부모님을 대하듯 정성껏 보살펴드린다면 한결 따뜻한 사회공동체가 되리라 믿는다.

장세영 해님노인복지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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