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본사존속 호소한 시장담화문
한국조선해양 본사존속 호소한 시장담화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0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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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법인분할’ 원칙을 굳히면서 새로운 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고 본사를 서울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엿보이자 울산 전체가 지진이라도 만난 듯 요동을 치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본사 울산 존속’을 요구하는 담화문을 내고, 정천석 동구청장이 동구주민의 처지를 대변하고, 관련 노조와 정당, 시민사회단체가 비슷한 논조로 기자회견을 여는 가운데 김종훈 국회의원은 ‘동구주민 토론회’까지 예고했다. 그러나 정작 현대중공업은 “본사 이전은 낭설”이라면서 반발 최소화 작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자탄의 목소리도 적잖이 들려오는 판국이다.

송 시장은 7일 담화문에서 한국조선해양이 울산에 존속해야 하는 이유로 몇 가지 견해를 피력했다. 송 시장은 그 하나가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의 진정한 본사이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둘째는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중공업을 중심의 ‘현대 가문’을 창업한 곳이 울산이었고, 조선해양 관련 기업이 밀집한 울산이야말로 한국조선해양이 있을 최적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 시장은 예민해진 시민들의 정서도 같이 전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지역과 함께 성장해 온 현대중공업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한 때’라거나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타지 이전은 간신히 조선산업 위기를 극복해 가는 동구주민과 울산시민에게 심리적 저항과 불안감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한 점이 바로 그런 사례다. 그러면서 본사를 울산에 존속하게 해주면 상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유인책도 제시했다.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보여주며 ‘어르고 달래는’ 모습까지 연출한 것이다.

정천석 동구청장도 설득 작전에 동참했다. 정 청장은 “조선업 수주와 고용이 차츰 늘면서 동구지역 경제에 회복 기미가 보이는 이 시점에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 및 한국조선해양 본사 이전이 추진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며 ‘동구에 대한 책임감’을 주문했다.

어찌 보면 ‘백약이 무효’란 말처럼 각계의 설득작전은 허사로 끝날 공산이 크다. 자본주의적 논리로 중무장한 현대중공업이 울산지역 기관·단체들의 순진한 아마추어리즘에 호락호락 넘어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를 비롯한 지역 노동계가 일찌감치 낌새를 알아차리고 “본사 이전 반대” 목소리를 높여 왔어도 현대중공업은 그때마다 그럴싸한 회피논리로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또 한 가지 명심할 것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중대결정 이면에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대화나 투쟁을 하려면 이 ‘보이지 않는 손’을 잡는 것이 지름길일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본사 이전은 낭설”이라는 현대중공업 측의 변명을 믿어볼 수밖에 없다. 대응수위는 그 다음에 높여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정 필요하다면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떠나 조직된 힘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현대중공업이 본사를 타지로 이전하려는 빌미를 울산 노동계나 정치권이 먼저 제공한 측면은 없는지 뒤돌아보고 반성할 것은 반성할 일이다. 세계적 경제환경의 변화를 지혜롭게 읽지 못한 책임이 그들에게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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