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에 대한 관용, 더 이상은 안 됩니다!
가정폭력에 대한 관용, 더 이상은 안 됩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0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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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 국가가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아도 가정의 문제는 스스로 가정 내에서 회복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시작된 오래된 법언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오히려 누군가에겐 그 문지방 속에 갇혀 구조도 받지 못한 채 고통과 아픔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일들이 현실 속에서는 너무나도 많다.

얼마 전 ‘엄마를 살해한 아빠를 사형시켜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딸들이 있었다.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린 엄마가 아빠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이혼했으나 이후 다시 찾아와 엄마를 살해했으므로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자신의 아버지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다른 지역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울산에서도 지난 3월, 한 범인이 이혼한 전 부인을 찾아가 흉기를 수차례나 휘둘렀다가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이와 같은 가정폭력은 더 이상 가정 내에서 자연회복이 가능한 문제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오히려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관여해야 할 엄연한 범죄행위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정폭력 범죄를 중범죄로 인식하고 국가가 직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해 의무체포·적극체포·체포 우선주의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심지어는 가정폭력 사건을 피해자가 아니라 검사가 고소하고 피해자는 목격자 역할을 하는 등 다른 범죄와는 차별화된 기소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도 중재 중심의 정책에서 체포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여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무관용 정책을 적극 실행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작년 울산에서 접수된 112신고 전체 건수 37만1천273건 가운데 5천818건이 가정폭력 사건이었다. 절도 3천895건, 성폭력(성추행) 545건보다 훨씬 많았고, 중요범죄 신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추세다.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경찰은 현장에 진입하여 폭력행위를 제지하고, 가해자·피해자를 분리하여 조사하는 등 응급조치 및 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가해자 대부분이 벌금이나 과태료 등 가벼운 제재나 처벌을 받는 데 그치고 있어 재범이 빈발하고, 피해자들의 두려움과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피해자들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벌금이나 과태료를 징역형으로 바꾸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경찰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까? 그래서는 안 된다. 현장종결을 최소화하고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흉기 소지 여부, 재범 여부, 피해 정도 등을 감안해서 구속하거나 처벌법상 유치장 유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유치는 결정된 임시조치를 위반해 재발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의 결정으로 내릴 수 있는 조치이므로 상습 가해자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효율적인 제재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가정폭력은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더 큰 범죄로 확대되기 전에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개입하여 가해자를 엄정하게 제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우리 울산경찰은 가정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으로 가해자에게 엄정한 경찰권을 행사하려고 한다. 이와 함께, 유관기관·전문상담기관 등과 연계하여 건강한 가정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전문상담기관과 손잡고 가정폭력 재발이 우려되는 가정을 모니터링하고 경찰(APO)과 전문상담원이 고위험 가정을 같이 방문해서 필요한 보호·지원이 무엇인지 확인한 다음 맞춤형 지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껴야 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달이다. 가정폭력 가해자를 무조건 선처하거나 관용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우리 주위에 고통과 아픔 속에 살고 있는 피해자가 위험 속에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주변에서는 따뜻한 관심을 갖고, 국가에서는 엄정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병두 울산지방경찰청 여성보호계장, 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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