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을 걷다
한라산을 걷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0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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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동네 지인들과 함께 한라산을 다녀온 적이 있다. 난생처음 가는 부부동반 산행이다. 한겨울 한라산의 백옥같이 빛나는 설경은 정말 아름다워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산행의 리더는 지역산악회를 운영하는 베테랑 등반가. 모든 걸 그에게 맡겨두면서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알고 보니 건강의 척도를 그대로 알아볼 수 있는 찬스가 아닌가! 뒤꽁무니는 항상 우리 부부. 한참 따라 올라가면 선두의 몇 명은 이미 중간휴게소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들이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출발할 즈음, 그제서야 우리는 중간휴게소에 도착하여 쉬려 한다. 그러자 그들이 의기양양 다시 출발하려 하니 약도 오른다.

나 혼자만 땀이 흐르는 듯, 한겨울임에도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다. 정상에서 하산할 때의 설산 등산로는 그야말로 스키장의 슬로프를 방불케 한다. 걸어서는 내려오지 못할 정도로 많은 적설량이어서 저절로 미끄러져가는 모습은 마치 애니메이션 영화의 미키마우스 꼴 같다.

그것도 한순간, 막 숙소에 도착하자 나는 갑작스런 한기로 극심한 오한에 빠졌다. 방에 들어서자 그대로 쓰러져 오들오들 떨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인즉 등산복 안에 입은 내복이 문제였다. 미련하게도 한겨울에 입던 것을 그대로 입고 산행을 한 거다. 땀이 배어 마르지 않은 상태로 체온이 급강했기 때문이다. 한겨울 등반 시 기본 주의사항을 전혀 모르는 무지한 초짜배기였다. ‘기능성’ 속옷의 대단한 효력을 그제서야 발견할 줄이야!

산행의 경우와는 좀 다르겠지만 ‘걷기’운동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다양함에 놀란다.

고혈압은 물론 당뇨, 골다공증, 암 등을 예방할 뿐 아니라 걷기를 잘 하면 무릎, 어깨, 발목, 척추 등의 관절에도 훌륭한 운동이 된다.

잘 실천하기 위하여 몇 가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걷기에 적합한 신발을 구입할 때는 엄지발가락 앞의 공간이 적어도 1.5센티 정도 여유가 있어야 좋다. 게다가 몸에 붙는 내의는 땀이 잘 흡수되는 기능성 옷감으로 반드시 차려입어야 한다. 내가 겪었던 ‘혹독한 한라산 오한 경험’으로 충분히 수긍이 가기도 한다.

걸을 때의 자세는 턱을 아래로 당기고, 시선은 전방 15도 위를 쳐다봐야 한다. 동시에 어깨와 등은 곧게 펴고 손목에 힘을 뺀 후, 주먹을 살짝 쥐면서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들어준다. 당연히 허리를 곧게 펴야 하고 배에 힘을 주어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걷기 전문가에 의하면, 발을 내디딜 때는 ‘먼저 발뒤꿈치 그리고 발바닥, 발가락 순으로’ 하는 구조가 가장 효과적인 걷기 방법이라 한다. 소위 ‘마사이족’ 걸음걸이다. 발은 또 바깥쪽이나 안쪽을 향하지 않고 11자를 유지하면서 보폭은 어깨 너비 정도로 걸어야 효과가 있고 보기에도 좋다. 속도는 완보, 산보, 속보, 급보, 강보, 경보 등 여러 가지가 제시된다. 그 중에서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하면 금상첨화다.

현대에 사는 우리들은 그다지 ‘걷기’를 하지 않는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자동차를 위한 편리한 사회구조로 변해 왔다. 심지어 비오는 날 직장이 있는 곳까지 비 한 방울을 맞지 않고 출근하고 또 가정으로 돌아온다. 도로변에 어떤 아름다운 건물과 상점이 서 있는지, 그 안에 어떠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걷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한 학자는 최소한 8초를 보아야 알 수 있단다. ‘걷기’를 함으로써 간판의 글자도 상품의 내용도 익히 알 수 있다.

김원호 울산대 인문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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