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에‘태아의 생명권’을 생각한다
어린이날에‘태아의 생명권’을 생각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02 2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월에는 어린이날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저출산 현상으로 어린이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그런데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269조(낙태) ①항(=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과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 낙태) ①항(=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등의 낙태죄 규정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다만 이 규정을 곧바로 폐지하면 사회적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어 관련 법조항을 새로 만들도록 했다. 따라서 연말까지는 낙태죄 처벌이 유효하지만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가 된다.

인공임신중절(낙태)과 관련, 가장 최근의 실태조사인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7년 한 해의 낙태율(=1천명당 임신중절 건수)은 4.8%, 낙태 건수는 약 5만 건으로 추정된다. 성 경험이 있는 여성 10명 중 1명, 임신한 여성 5명 중 1명꼴로 낙태를 경험한 셈이다.

지금까지는 태아를 미숙하지만 출생한 아기와 동일한 생명체로 보았다. 그러기에 낙태를 생명을 죽이는 행위로 보고 낙태시킨 부녀나 의사를 처벌하도록 했다. 태아는 수정 후 16일째부터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40일이 지나면 뇌파가 측정된다고 한다. 심장이 뛰고 뇌가 살아 있으면 분명한 생명체이다.

한국인의 정서는 태아가 임신한 산모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생명이 시작된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부여하고, 결혼한 딸이나 며느리가 임신하면 온 집안의 경사로 여겨 모두가 축하해 주었다. 임신과 동시에 한 생명이 우리 가정에 왔다고 인정했던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그 다음날(4월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낙태 합법화, 이제 저는 산부인과 의사를 그만둬야 하는 것인지…’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그는 “낙태 합법화 소식을 듣고 그동안 소신껏 걸어온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이제 접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청원을 올린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저는 아기집이 처음 형성되는 순간부터 출산의 순간까지를 산모들과 함께하며 생명이란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지를 매일 느낀다”면서 “어떤 환자는 비록 아기가 아프더라도, 어떻게든 살 수 있게 끝까지 도와달라고 애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도저히 신비롭게 형성된 태아의 생명을 제 손으로 지울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특히 “낙태가 합법화되고 낙태시술이 산부인과 의사가 당연히 해야 하는 시술이 된다면 그것이 아무리 큰 수익을 가져다준다고 하더라도 저는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접을 것”이라고도 했다.

낙태를 유혹하는 배경에는 부모 될 준비가 안 된 청소년의 임신,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건강상의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낙태를 합법화한다면 태아의 생명을 경시하게 되고, 정상적인 부부 사이에서 임신한 태아도 원하는 성별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애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낙태를 남용할 소지도 있다.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는데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임신하고 출산하여 인생의 계획이 흐트러지고 꿈을 접어야 하느냐, 내 인생은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이 생명을 잉태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님이 허락한 특권이고 무엇보다도 가치 있는 일이므로 영광으로 여겨야 한다.

정상적인 가정주부의 임신은 하나님의 축복이자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일로 여겨 홀몸이 아니라고 특별대우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는 것일까? 그것은 임신해선 안 되는 여성이 성적 쾌락만 쫓다가 임신이 되고 나니 낙태죄가 걸림돌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일 것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면 태아의 생명권도 중요한 것이다. 아기는 어른의 보살핌 없이는 스스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고, 부모나 어른은 아기를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렇듯이 임신의 이유가 어떠하든 이미 내 몸속에 생명이 잉태됐다면 귀중하게 여기고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다.

낙태죄가 폐지되어 낙태가 죄가 아니라고 해도 낙태한 여성이나 시술한 의사의 양심까지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낙태를 합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태아를 존중하고 보호하며 존귀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한 미혼모도 아기를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도록, 학업을 하고 자기발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를 만들고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청소년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성교육을 시켜주고, 피임에 대해서도 잘 가르쳐서 귀한 생명을 제거하는 낙태라는 불행한 상황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날에도 수많은 태아의 생명이 사라질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시인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