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의 ‘인사 실험’
울주군의 ‘인사 실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0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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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이 인사실험을 한다. 군수가 임명하던 면장(面長)을 면민의 손으로 뽑는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읍·면·동장 주민추천(공모)제’를 실시한다.

읍·면·동장 주민추천(공모)제는 읍·면·동장에 공모에 응모한 내부 공무원을 주민이 면접 또는 투표를 통해 읍·면·동장에 추천하는 제도다.

또 개방형 공모로 공무원 또는 민간경력자를 읍면동장에 임용하는 방법이 있다.

울주군이 시도하는 면장 주민추천제는 전자의 방식이다.

울산에서는 처음으로 ‘읍·면장 주민추천제’를 도입한 울주군은 오는 7월 정기인사 때 삼남면장을 주민이 직접 뽑도록 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따라서 조만간 5급 사무관이나 사무관 진급 배수 안에 있는 6급 직원을 대상으로 삼남면장 후보 공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남면 주민들은 운영위원회와 200여명의 투표인단을 구성,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면의 운영비전과 공약 등을 묻고 답변을 듣는 절차를 밟은 뒤 투표를 실시해 적임자를 군수에게 추천한다.

울주군이 삼남면을 면장추천제 시범지역으로 선정한 이유로 KTX 역세권 개발에 따른 인구 증가, 쓰레기 등 심각한 환경문제, 도심 정비와 읍 승격 준비 등 현안이 많아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선호 군수도 “읍·면장 주민추천제는 지역 현안에 대한 주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주민의 요청이 있거나 현안이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읍·면·동장을 주민 손으로 뽑는 곳은 울주군이 처음은 아니다. 세종시가 지난해 8월 읍장 1명과 동장 2명을 주민추천(공모)제로 선출한 것이 처음이며, 전남 순천시도 지난해 낙안면장을 개방형 직위로 뽑았다.

제주도는 혁신행정 과제로 읍·면·동장 주민 추천제를 도입해 내년 상반기부터 일부 지역에 시범적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주민들의 손으로 면장을 뽑게 되면 각종 정책에 주민 참여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행정의 연속성과 책임성 또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주민참여에 기반한 주민자치의 활성화에 한걸음 다가서는 정책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인사실험으로 신선한 느낌이다.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후보자 공모가 그것으로, 군은 공모 대상을 5급 사무관이나 사무관 진급 배수 안에 있는 6급 직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5급의 경우 이미 사무관 진급을 한 경우에 해당돼 전보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6급의 경우 승진의 기회가 되기 때문에 배수 내에 있는 동료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수도 있다.

혹여 이때 경쟁자 가운데 지역 연고를 가진 누군가가 있다면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투표인단이 200여명 정도면 해당 지역 출신으로 혈연·학연 등 사적 네트워크가 든든한 공무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부분이다.

시작도 하지 않은 제도를 두고 너무 앞서가지 않느냐는 생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보면 사전에 이를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울주군은 지역 현안에 대한 주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현안이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될 수 있도록 ‘인사실험’이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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