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잘 어울리는 매너’도 가르치자
아이에게 ‘잘 어울리는 매너’도 가르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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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회 어린이날을 맞아 다양한 주체들이 이날의 주인공들을 기쁘고 즐겁게 해줄 채비로 분주하다. 다채로운 기획행사는 교육적 내용도 적지 않지만 단순히 아이들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한 이벤트들이 다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혹자는 이벤트성 행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1회용 선심성 연례행사’로 그치지 않기를 바라기도 한다.

2일 울산시교육청이 공개한 기념행사만 해도 수적·질적 내용이 엄청나 보인다. 울산과학관은 5일 ‘예술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울산과학싹잔치’를 연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과학만들기·첨단과학체험·이벤트체험·영상체험·전시체험 등 5가지 주제의 체험을 두루 즐길 수 있다. ‘로티로리 체험관과 함께하는 어린이 음악회’는 현장접수(97명)보다 사전예약(250명)이 더 많아 기대감을 키우기도 한다.

유아교육진흥원에서는 미리 참가를 신청한 300가족 1천200여명을 5일 오전·오후 두 팀으로 나눠 ‘축하대잔치’에 초대한다. 이밖에도 꽃바위유치원의 ‘하하호호~ 어린이날’(3일), 영화초등의 ‘함께하는 즐거움! 상상은 현실로!’(2~3일), 울산중앙초등의 ‘나를 사랑한데이’(3일), 주전초등의 ‘함께 만들어가는 어린이날’(3일) 등 교육현장의 기념행사는 다 열거하기 벅찰 정도다. 특히 주전초등 박영옥 교장은 “행사를 학생들이 직접 기획·운영하게 해서 ‘학교의 주체는 학생’이란 생각을 심어줄 수 있었다”며 교육효과에 대한 기대도 감추지 않는다.

한편 KBS는 2일 오전 ‘아침마당’에서 어린이날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반향이 컸다. 이야기 주제를 자칫 ‘어린이 혐오’로 이어질 수도 있는 ‘노키즈존(no kids zone)’ 문제로 고른 것이다. 2014년판 신조어 ‘노키즈존’은 영·유아나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업소(커피전문점·음식점·고급가구점 등)를 말한다. 이 사안이 사회문제가 되자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기도 한다. 2017년 9월 제주도의 한 레스토랑 사업주에게 ‘노키즈존 방침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며 ‘13세 이하 아동을 일률적으로 배제하지 말라’고 권고한 것이다.

그럼에도 일반국민의 정서는 아직 인권위의 그것과 조금 차이가 있어 보인다. KBS는 ‘목요 이슈 토크’가 진행되는 동안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의견을 시청자들에게 물었고, 그 결과는 대략 1천800 대 1천100으로 나타나 ‘찬성’ 쪽이 다소 우세했다. 특기할 것은 패널로 나온 바둑기사 한해원 씨의 소견이다. 그는 업소 측에 ‘아이들을 선입견 없이 대하라’고 권유했고, 아이를 동반한 보호자에게는 ‘업소의 처지도 생각해보라’고 권유했다. 말하자면,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배려지심’과 ‘역지사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 이타심과 도덕률이 땅에 떨어진 요즘 우리 국민에게 절실한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역지사지의 심성이 아닐까 한다. 아울러 ‘노키즈존 현상’을 불러온 근본원인은 ‘밥상머리·책상머리 교육의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처럼, 남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하자면, 보호자들이 교양과 예절, 시민의식을 ‘우리 아이’에게 먼저 가르치고 심어주는 것이 바른 순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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