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se Makes the Poison!”(용량이 독성을 결정한다)
“The Dose Makes the Poison!”(용량이 독성을 결정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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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식품영양학과 교수이다 보니 지인들로부터 어떤 음식이 몸에 좋은지 해로운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각 식품에 들어 있는 성분과 기능에 대해 설명을 해주지만, 그때마다 내 이야기는 “적정량을 고루 먹으라”는 결론으로 끝맺게 된다. 전문가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고작 누구나 알고 있는 골고루 먹으라는 소리이니 적잖은 실망들을 하곤 한다.

모든 식품은 인체에 유익한 성분들뿐만 아니라 유해한 성분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청매실에는 아미그달린, 배에는 포름알데히드, 감자에는 솔라닌, 고사리에는 프타퀼로사이드이라는 유해물질이 자연적으로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들 식품을 섭취하고도 건강한 것은 독성 성분의 함유량이 인체에 해를 유발할 수 있는 양 이하이거나 조리과정을 통해 감소하기 때문이다. 즉,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는 것이 곧 유해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독성학(Toxicology)에는 “The Dose Makes the Poison”이라는 기본 원칙이 있는데, 섭취량(복용량)에 따라 독성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모든 물질은 독이 될 수 있으며 절대적으로 독이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즉 독성을 지닌 물질은 단지 독성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양으로 존재할 때에만 해를 유발한다는 것이므로, 섭취량만이 독성의 유무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매일 섭취하고 있는 식품 또는 건강을 위해 일부러 많이 챙겨먹는 식품도 치사량이 있어, 75kg 성인을 기준으로 물은 6리터, 커피는 118잔을 한꺼번에 섭취하게 되면 사망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게 되는데, 어떤 것을 먹어야 좋은지, 이들이 건강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궁금함들이다. 현대인들은 건강의 유지 및 증진을 목적으로 영양제를 포함한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식생활 불균형, 바람직하지 않은 생활습관 등으로 건강이 염려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능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제품이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들 건강기능식품은 대부분 인체에 유용한 기능을 가진 성분을 고농도로 함유하고 있어서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보다 특정 성분을 고용량으로 먹게 되어 건강기능식품의 순기능과 더불어 역효과가 수반될 수 있다. 게다가 다양한 종류를 많이 먹을수록 건강이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 건강기능식품을 오랜 기간 복용하게 되면 예측하지 못한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무엇보다 올바른 복용량과 복용법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기본적으로는 식품을 통해 건강을 챙기고 부족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처럼 음식과 약은 그 근본이 같아서 음식을 올바른 방법으로 섭취하면 약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 논리로 질병을 치료해주는 약도 기준 양 이상으로 복용하면 독이 되어 더 큰 병을 얻게 될 수 있다.

식품과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필자이지만 자연의 섭리가 가장 중요한 과학의 기본 시작점임을 느낄 때가 많다. 모든 식품은 함유하고 있는 성분의 종류가 달라서 각 식품에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완하여 채워주고,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는 성분도 다른 식품을 섭취함으로써 그 위험성이 반감될 때가 많다. 따라서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적당량 섭취하자”는 쉽고도 가장 중요한 기본 원칙을 기억하고 일상화한다면 어떤 식품을 먹어야 건강해질지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김일낭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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