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똑 닮은 붕어빵 막내 녀석
나랑 똑 닮은 붕어빵 막내 녀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0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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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여느 때처럼 회사에 출근해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컴퓨터를 켠 후 이메일을 열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학부모님께’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메일을 열어보니 초등학교 6학년 막내 녀석의 교과목 담당 선생님이 보낸 것이었다. 내용을 보니 “아이가 숙제를 안 해 와 숙제를 다시 해 오도록 기회를 주었는데도 제출하지 않고 글자도 잘 알아보지 못하게 날려 쓴다”면서 “부모님이 가정지도를 잘 해 주시면 좋겠다”는 요지였다. “아이와 잘 이야기해보겠다. 감사하다”고 답변을 하고 아내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냐?”고 씩씩거리며 전화한 후 선약이 있어 외근을 나갔다가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시내에 있는 중국집에 들렀다. 식당에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 여럿이 모여 짜장면을 아주 맛있게, 너무 열심히 먹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 아이는 너무 열심히 먹느라 얼굴의 반이 짜장 범벅이 되었다. “저 아이는 맛있는 짜장면을 먹으며 매우 기뻐 보이는데 그 부모님은…” 순간 감사함이 밀려왔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외근 갔다가 중국집에 들렀는데 막내 녀석 또래의 장애 아이들이 맛있게 짜장면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니 불현듯 막내놈 생각이 났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모든 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하니 아내가 “아~ 알았어요” 한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사실 막내 녀석을 보면서 나랑 뭐가 닮았는지 잘 몰랐는데 점점 커가면서 닮은 모습이 많이 보인다. 우리 집에서는 그 아이가 손만 대면 성한 물건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주 항공박물관의 기념품가게에 갔을 때의 일이다. 가족들은 그냥 대충 둘러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쨍그랑’ 하는 소리가 났다. 그쪽을 돌아보니 그 중간에 한 아이가 서 있었는데 “헐” 막내다. 기념품가게의 매니저가 그 아이에게 다가갔고 나도 급히 달려갔다. 그리곤 “죄송하다”며 카드를 꺼내 계산하고 나왔다. 아이에게 “왜 그랬냐?”고 물으니 “그냥 만졌는데 혼자 떨어져서 깨졌다”면서 자기도 어이가 없다고 한다.

명절 때 가족들 앞에서 그 이야기를 하니 어머니가 “네 아들 딱 맞네. 너희 아빠 앞에서는 아무 것도 못했다” 하신다. 한번은 라디오 수리기사가 방문해 라디오 고치는 것을 지켜보던 내가 수리기사가 가자 라디오를 분해하더란다. 사실 난 라디오 안이 궁금했다. 그래서 드라이버가 있으면 열 수 있다는 걸 안 뒤로는 심심할 때 열어보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때 고장이 났을 뿐인데 집에서는 사고뭉치로 각인이 되었다. TV나 전자밥통 등 집에 있는 가전제품은 다 열어본 거로 기억된다. 그래도 TV는 고장이 나지 않아 어머니는 내가 열어본 줄 모르는 걸로 알았다. 완전 착각이었다. TV가 완전히 망가져 새로 장만했을 때 어머니는 “새로 산 TV는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하시면서 고장 난 TV를 내게 선물로 주셨다. 그래서 신나게 TV를 분해한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학창시절에는 숙제를 안 해 오거나 글자를 날려 쓰면 학교 선생님은 사랑의 매를 들었다. 그게 싫어 그저 평범한 학생으로 자랐을 뿐이다. 막내 녀석은 새로운 물건을 보면 신기해하며 막 만진다. 녀석 말대로 한번씩 고장이 나 어이없어 할 뿐이다. 자전거를 사주었더니 마구 분해를 하여 막내를 조수삼아 다시 조립한 적도 있었다. 자동차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애가 보는 앞에서는 자동차 보닛을 여는 것과 차키 관리는 철저히 한다. 아마 아이가 글을 날려 써서 못 알아보는 것도 그 아이 잘못만은 아닌 듯해 좀 씁쓸하다. 지금도 나는 글을 날려 써서 내가 메모한 것도 못 알아보곤 한다.

임호 ㈜피유란 대표이사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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