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갓꽃 축제’가 열렸으면
‘태화강 갓꽃 축제’가 열렸으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0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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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물에 비친 노란 꽃무리와 그 그림자가 물속에 비친 모습, 그 위로 새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산책하면서 카메라에 담는 시민들을 여러 곳에서 만난다. 태화강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생태관광자원을 울산시민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보게 할 수는 없을까 하고 고민해 본다.

태화강변을 물들이고 있는 노란 꽃이 유채꽃이냐고 묻는다. 야생 갓꽃과 유채꽃이 간혹 섞여서 피어 있다고 답하는데 그냥 유채꽃으로 알고 있는 이들도 많은 듯하다. 삼산동 강변에 유채를 씨앗을 받으려고 심어놓은 곳이 있다. 언양읍 아래쪽으로 강 전체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꽃은 야생 갓꽃이 대부분이다. 몇 년 전부터 야생 갓이 월동하기 시작하더니 점차 개체수와 분포지가 넓어졌다. 태풍이 널리 퍼트려놓은 갓의 자손들이 상·하수도나 가스관 공사로 맨땅이 된 넓은 강바닥과 만나면서 더욱 널리 번진 듯하다.

갓들은 가을부터 자리를 잡고 겨울을 나는 습성이 있다. 이들은 봄에 다른 씨앗들이 싹을 틔우지 못하도록 뿌리를 뻗고 잎으로 땅을 덮는다. 갓의 뿌리들이 서로 뒤엉켜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이를 ‘타감작용(他感作用)’ 또는 ‘알렐로파시(allelopathy)’라고 한다.

하천에 갓꽃이 많으면 생태계에 문제는 없느냐고 묻는다. 이대로 몇 년을 가다가 달뿌리풀, 갈대와 같은 수변식물들이 번성하게 되면 개체수가 자연스럽게 조절될 것이라고 답한다. 이것은 자연의 순리다. 귀화식물이나 생태계교란식물들이 초기에는 번성하다가 고유생태계가 자리를 잡으면 자연스레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돈 한 푼 안 들였는데 노란 꽃밭 풍경을 강 스스로가 만들어냈다. 우리가 심어서 저렇게 만들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자연이 만들어준 생태관광자원이니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온 국민이 보고 즐길 수 있게 도울 필요가 있다. 생 갓들이 이처럼 드넓은 면적으로 꽃을 피워낸 곳은 전국적으로 드물기 때문이다. 이것이 살아있는 태화강 모습이고, 몰라보게 달라진 울산 전체의 도시환경을 말해주는 징표가 아니겠는가.

곧 봄꽃 축제가 열린다. 이 기회에 ‘태화강 갓꽃 축제’도 열면 어떨까. 사진 찍기 좋은 곳에는 포토존을 만들어 강바닥 꽃밭으로 들어가도록 허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천은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개체수는 어차피 점차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갓’ 하면 갓김치다. 여수나 남해가 유명하다. 울산도 김치에 초피(제피)가루를 넣어 먹는 특이성이 있으므로 이 점을 활용해도 좋겠다. 봄철에는 가죽나무, 엄나무 잎, 상추, 미나리 같은 로컬 채소들이 많이 나온다. 도시의 농민들도 동참하게 하면 좋겠다. 강변 아파트단지 주민들과 함께 제철 채소로 김치도 담고 농민들과 만나는 장터도 열면 좋겠다. 갓꽃과 함께 싱싱하고 안전한 먹거리도 나누는 축제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자연이 그려놓은 수채화인 태화강을 전국에 알리는 좋은 기회로 활용했으면 한다. 그러자면 전국 사진촬영대회라도 열어 전문가들에게 알리는 일부터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가을과 겨울에는 태화강에서 갓을 캐는 날을 정해 시민과 관광객들을 불러 모아 갓김치도 담게 하자. 봄에 꽃필 때 담근 김치를 ‘태화강 야생 갓김치’란 이름으로 상품화하고 서로 나누기도 하는 축제로 꾸미면 어떻겠는가. 가을에 왔던 관광객들이 다시 찾아와 머물게 할 수 있는 생태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갓꽃이 피기 전에 꽃 군락 사이 사이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도 필요하겠다. 이곳이 명소가 된다면 그 다음은 자원봉사자들을 전국에서 몰려오게 해도 좋을 것이다. ‘자원봉사관광’의 길을 튼다는 생각으로…. 태화강이 만들어준 관광자원을 모른 척하지 말고 제대로 알리도록 하자. 그런다면 울산의 도시 이미지가 몰라보게 달라져서 관광객들이 울산을 찾아오고 싶어서 안달이 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자연이 만들어준 자원을 잘 포장해서 훌륭한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발 빠른 행정이 기다려진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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