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안전문화 확산에 힘을 쏟아야
선진 안전문화 확산에 힘을 쏟아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3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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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지구온난화로 야기된 이상기후 현상과 기상이변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작금의 울산경제의 디딤돌은 석유화학산업이다. 울산 석유화학산업은 대한민국 근대화에 앞장섰고 세계화의 리더로 나아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기 때문에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미래에도 세계경제의 주춧돌로서 화학산업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화학이 만들어 제공하는 신소재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은 곧 소재혁명이다.

울산이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변방도시에서 일약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급성장한 배경에는 장치산업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3대 주력산업은 이미 성숙기에 도달하였으므로 새로운 먹을거리를 마련해야 함은 틀림없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또한 지역적으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수소산업이다. 수소산업은 화학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수소공장은 화학공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화학산업 인프라 역량이 가장 잘 갖춰져 있는 곳도 울산이고 현재 수소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곳도 울산이다. 그래서 울산이 수소산업의 선도도시가 되어야 하며 수소산업진흥원을 반드시 유치해야 하는 것이다. 어제는 울산에서 5번째 수소충전소를 준공하면서 로드맵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수소산업이 미래 신산업으로 연착하려면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안전에 관한 문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안전이다. 수소차가 LPG차량보다 안전하다는 발표도 많이 접했지만, 사실 국민들은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정부 들어 자살,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으로 인한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39년 만에 무재해운동을 폐기하고 산재예방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그동안 울산지역은 매년 40명 이상의 업무상 사고사망자가 발생하다가 2017년에는 22명으로 약 50% 줄어들어 통계를 낸 이후 처음으로 전국보다 낮은 사망사고 만인율을 기록했다. 이어 2018년도에도 역시 22명 사망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올해 들어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서 조사한 사고사망자는 8명으로 전년에 비해 2배 증가하는 등 울산지역의 산업안전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얼마 전에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의 안전관리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에 대한 요구수준은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준하나, 실제로 우리 사회가 갖추고 있는 안전 인프라는 1만 달러 수준밖에 안 된다. 또한 현장의 전문인력 시스템이 붕괴되고 기반설비는 노후화되었고, 안전규제는 점점 완화되면서 그만큼 위험은 고도화, 복합화, 대형화, 집적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사회가 더 위험해졌다는 얘기다. 결국 리스크란 누군가 돈을 벌려고 하는 과정에서 창출되는 위험을 말하므로, 국가나 사회의 리스크 및 안전관리 기본방향은 돈을 벌려고 하는 자에게 위험관리 책임을 귀속시키는 것이 맞다. 또한 다수의 위험과 직접 관련된 부문은 이윤추구로부터 분리하여 공공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경영자의 안전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 리스크 스펙트럼에서 최고경영자의 관심, 태도, 관여 및 관리자의 태도, 지식정도, 참여도, 열정 등 관리적 위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개선(改善)이란 불량, 결함, 하자 등을 찾아내고 고치고 바로잡는 것을 넘어 특별히 잘못된 것이 없더라도 더 좋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선진 안전문화가 사회 곳곳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자.

식물의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충분히 많은 영양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영양소인 것처럼, 안전은 다른 요소는 다 좋아도 어느 하나가 문제가 되면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자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다른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사고예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가장 약한 곳부터 관리해야 한다. 그날 강연에서 박두용 이사장은 “안전은 권리입니다”라고 누차 강조했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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